이제는 작가의 권리를 말할 때 [.txt]

한겨레 2025. 6.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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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구했다.

"대체로 생계를 걱정하며 살았다." "그땐 그저 '글이 돈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읍 또 감읍했기에 스스로도 노동자의 정체성을 갖지 못했다." "많은 소설가들이 소설을 써서 돈을 벌지 못한다." 많은 작가처럼, 나도 글만으로 돈벌이가 안 되어 전국으로 강연과 수업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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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홍승은의 소란한 문장들</span>
작가노동선언 l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지음, 오월의봄(2025)

작업실을 구했다. 꼬박 10년 만의 결심이다. 그간 도서관, 온갖 카페와 스터디룸을 전전하며 글을 썼다. 배낭에 노트북과 책을 지고 집을 나서며, 오늘은 어디서 쓰나 갈등하던 시간이 사라졌다. 새벽 5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작업실이 생긴 건 퇴근과 동시에 끝없는 마감 압박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하루치 안심이다. 이 말은 지난 10년간 밤낮없이 마감에 묶여 있었다는 고백이기도. 닥친 글, 다음 글을 생각하느라 내내 숨 가빴다. 내가 글을 쓴다고 소개하면, 자유로워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좋다’고 하기에는 하루가 너무 치열”했다.

그간 단행본 여섯권과 공저 몇권을 출간했다.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했다. 운 좋게 1만부 이상 판매된 책들도 있지만, 인세 10%는 변함없고 야금야금 팔린 만큼 돈도 야금야금 들어왔다. “대체로 생계를 걱정하며 살았다.” “그땐 그저 ‘글이 돈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읍 또 감읍했기에 스스로도 노동자의 정체성을 갖지 못했다.” “많은 소설가들이 소설을 써서 돈을 벌지 못한다.” 많은 작가처럼, 나도 글만으로 돈벌이가 안 되어 전국으로 강연과 수업을 다녔다. 홍보를 위한 에스엔에스(SNS) 관리와 각종 메일 응답, 생활인의 노동도 수행했다. 내 주 수익은 글쓰기가 아닌, 강연과 수업. 가사 노동은 무급. 집필 노동은 애매한 유급. 언제부턴가 나를 집필 노동자, 강연 노동자라고 소개했는데, 소개말의 순서가 어색하기도 했다.

“연재가 끝나자 자궁 근종, 이석증, 공황장애가 생겼다.” 나에게는 불안 장애와 불면증, 면역 질환 등이 있다. 매달 병원 세곳을 돌아다니며 성실하게 약을 탄다. 아직 허리나 손목이 멀쩡하다니 신기하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듣기도 한다. 물론 산재는 적용되지 않는다. “글쓰기 노동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노동이기보다는 불안정노동, 하청노동, 종속적 노동”에 가까우니까. 아니, 글쓰기가 노동인지 아리송했던 시간이 길었으니까. 아픔을 글쓰기와 노동에 이어 맞추는 게 가당한지 의심했으니까.

‘작가노동 선언’은 타자의 노동, 고통, 슬픔, 존엄, 자긍심을 써온 글 쓰는 노동자가 자기 위치에서 눌러쓴 책이다. 홀로 불안하고 분투했을 이들이 모이면,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권리의 언어가 발견된다. ‘도서관 책 대출이나 중고 책 거래 시 저작권료 지급, 전자책 인세 최소 35~40% 이상, 2차 저작 및 번역권은 작가에게, 러닝 개런티 계약,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 고료, 재쇄 찍을 때 선인세 지급, 작업공간 및 자료조사 비용 지원, 4대 보험 및 최저임금 기준선 만들기, 노(작가노조준비위)사(대한출판문화협회)정(문화체육관광부) 협의체 구성’ 등 여러 가능성이 펼쳐졌다. 점점 현실이 낡아 보였고, 살아내고 싶은 권리가 쌓여갔다.

새로 생긴 작업실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인 옥탑방. 매달 45만원 이상의 지출이 늘었다. 한겨레 서평 원고료 4년째 동결, 출간 인세 10년째 10%, 1쇄든 10쇄든 10%, 청탁 고료 원고지 1매 평균 만원. 얼마나 더 써야 늘어난 지출을 메울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일까?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를 소개하며 ‘우리’에 끼어 슬쩍 묻는다. 물가는 착착 오르는데, 고료 인상 소식은 언제쯤 올까요?

홍승은 집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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