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생활 속, 수학의 정석]

몇 년 전의 일이다. 연구실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느 방송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작가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한 사연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하루 동안 우연히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두 번이나 만났다는 에피소드였다. 이 작가는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드문 일이라 생각하고 연락한 작가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생각보다 높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축구 경기가 열릴 때, 경기장 안에 있는 선수는 주심을 포함해 총 23명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생일이 같은 쌍이 있을 확률은 무려 약 50%에 달한다. 즉, 축구 경기를 두 번 관전하면, 그 중 한 경기에서는 생일이 같은 사람이 두 명 이상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이제 이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한국인의 이름 통계' 웹사이트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출생자 중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이름은 '서준'으로 4만2,855명, 여자 이름은 '서윤'으로 4만 명이 넘는다. 같은 기간 '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1만7,645명이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의 출생아 수 총합이 약 55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약 0.3%에 해당한다.
참고로, 내 휴대전화 연락처에는 약 2,000명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는데, 그 중 '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한 명이다. 물론 이름은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타기 때문에, 지금은 흔한 이름이 예전에는 드물었거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가 어릴 적 교과서에 처음 등장하던 이름인 '영희'와 '철수'는 2008년 이후 각각 177명과 63명만이 선택한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기성세대에는 훨씬 더 많은 '영희'와 '철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현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다른 '현준' 두 명을 동시에 만날 확률은 얼마일까? 이를 계산하기 위해, 현준은 하루 평균 3명과 통성명을 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하루에 다른 두 명의 '현준'을 만날 확률은 약 0.00027%에 불과하다. 하지만 10년간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는 곧 앞면이 나올 확률이 0.00027%인 동전을 3,650번 던졌을 때, 한 번이라도 앞면이 나오는 경우와 동일하다. 여기에 약간의 통계 지식을 활용하여 포아송 분포를 적용하면 이런 일이 적어도 한 번 일어날 확률은 약 9.4%로 계산되는데 이 값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준'이라는 이름에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철수'이거나 '영희'인데, 우연히 같은 날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두 번 만났다면, 이 또한 방송사에 사연을 보낼 수 있다. 즉, 확률 계산은 특정 이름만이 아니라 모든 이름에 대해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모든 이름을 대상으로 이런 방식으로 확률을 계산해보면, 이런 '기묘한 사건'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통계학자처럼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한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은 폐지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이런 일을 '재수가 좋은 날'로 받아들이고, 복권 한 장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돈은 잃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첨되었을 때 상금으로 무엇을 할지 상상하는 즐거움만으로도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융합데이터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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