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걸작 ‘백제금동대향로’의 결점, 천기누설![책과 삶]

톺아본 백제사 순간들
이기환 지음
주류성 | 408쪽 | 3만원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대표 문화유산으로 꼽는 데 별 이견이 없는 걸작이다. 정교한 솜씨 덕분에 30여년 전 발굴 당시부터 주목받은 향로에서 연구자들이 ‘쉬쉬~’하고 넘어간 흠결이 있다고 한다. 향로 곳곳에 뚫어놓은 12곳의 연기 구멍이다. ‘백제예술 정수’라는 금동대향로에 투박하고 거친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당초 주조한 대로 향을 피우자 향불이 그냥 꺼져버려서, 이후 구멍을 ‘사정 없이’ 넓힌 백제 장인의 분투가 녹아 있었다고 한다.
<톺아본 백제사 순간들>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부터 나라가 망하고 10년 이상 이어진 독립투쟁까지, 백제 690년 역사의 주요 순간들을 꼼꼼하게 조명하는 책이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저자가 ‘히스토리텔러’로서 대중 눈높이에 맞춰 경향신문에 연재하던 역사 이야기를 엮어냈다.

책에선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으로 대표되는 백제 초기 도성을 통해 백제 전성기를 생생히 보여주고, 삼국시대 고분 중 유일하게 주인을 알 수 있는 무령왕릉을 통해 왕실의 의례까지 구체적으로 전한다.
책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 백제와 관련된 다양한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공주 수촌리에서 발견된 반으로 자른 대롱옥이 묻힌 부부 무덤은 백제판 ‘사랑과 영혼’ 스토리를 연상케 하고, 익산 왕궁리에서 확인된 공동 화장실은 화장실 고고학이라는 이색적 관점을 제시한다. 백제 문화의 다채로운 면모도 빼놓을 수 없다. 신라와 달리 24K 순금을 선호했던 무령왕 부부의 장신구, 백제판 구구단 목간 등 흥미로운 유물을 소개한다.
저자는 “밤새워 논문과 사료를 읽고, 여러 연구자들을 괴롭혀가며 얻어낸 성과”라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새로운 연구 성과까지 과감하게 공개했다”고 전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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