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사회’, 무엇이 가로막고 있나?
국가 전력망, 전력구매계약(PPA),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 비전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저해하는 세 가지 ‘병목’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가 전력망 미비,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PPA), 유명무실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이다. 낯선 전문용어인 이 제도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이며, 무슨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일까?
에너지·환경 문제를 금융·재무와 연관시켜 분석하는 연구소인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한국의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세 가지 병목 요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인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해에서야 비로소 10%를 넘기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지부진한 구조적인 원인을 세 가지 요소로부터 찾았다. 한국전력공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3년부터 2023년 사이 6배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 능력이 늘어도 실제 생산량은 늘지 않도록 만드는, 어딘가 구조적으로 막힌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국가 전력망 미비
송·배전 시설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부르는 핵심 원인은, 발전하는 곳 따로 있고 소비하는 곳 따로 있는 현실이다. 보고서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서울, 대전, 경기 지역은 각각 자신들이 발전하는 양의 10배, 33배, 2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 기반,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이 한곳에 몰리면, 현재 미비한 국가 전력망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영 에너지 기업인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시장 구조는 국가 전력망 미비를 부르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한전은 송·배전 시설의 건설·유지·관리 등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왔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높은 누적 적자(40조원대)를 안고 있는 데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도 어려워, “전력망 확장 및 현대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도 짚었다.
보고서는 전력망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한국에 160개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알이(RE)100 같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온실가스 배출범위 공시(SCOPE 1,2,3) 등 전세계적인 탄소 규제 흐름들도 강화하는 추세다.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PPA)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전력구매계약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두 번째 병목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에선 중개자 없이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직접 전력구매계약’)과 한전이 중개자 구실을 하는 방식(‘제3자 전력구매계약’) 두 가지 전력구매계약 방식을 운용하는데, 보고서는 이처럼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제한적이고 복잡한 규칙과 규제”가 “재생에너지 공급업체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출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 중 직접 전력구매계약(10.1%) 또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10.1%)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시장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여러 국가 등에선 재생에너지 발전사, 재생에너지 공급자, 소비자 등 여러 전력구매계약 참여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을 만들어 이들끼리 시장에서 부족한 전력을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선, 직접 전력구매계약에서 중개자 구실을 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자는 부족분을 조달할 수가 없다. 오직 소비자가 한전으로부터 산업 요금으로 전력을 구매하거나 직접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전력구매계약 방식으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의 전력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도 제도 정착을 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한전이 공급하는 싼 산업요금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전력구매계약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데 별다른 이점이 없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구매계약 가격은 왜곡된 전력 시장 구조, 제한된 재생에너지 공급, 지연된 ‘그리드 패리티’(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시점)로 인해 일반적으로 시장 가격보다 높다”며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비생산적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그러나 이 같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발전 회사들이 실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양은 의무 비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런 차이가 “제도의 허점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발전 회사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직접 늘리지 않고 전력거래소(KPC)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법으로도 의무 비율을 충당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란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1㎿h(메가와트시) 생산하면 발급해주는 인증서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발전 회사 입에선 스스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기보다 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이 편하므로, 의무 이행을 위해 주로 인증서 구매에 의존해온 것이다. 2024년 의무 발전량 비율이 13.5%까지 증가했는데도, 한전과 발전사의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이 국가 전체 전력 생산에서 2%(2023년 기준)로 부진한 이유다. 같은 기간 민자발전사업은 23%를 기여했다.
보고서는 “인증서 구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저해한다”고 짚었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증서 가격이 오르고, 이처럼 오른 인증서 가격은 다시 발전 회사들의 비용이 된다. 발전 회사들의 비용은 전기요금, 곧 국민들의 부담으로 최종 연결된다. 또 “현재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발전하는 것을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를 연결하는 전력구매계약 제도와 일치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병목 요소들이 서로 얽혀,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에 견줘 재생에너지 발전이 “최소 15년 이상 뒤처졌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2024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0%란 수치는 전세계(30.25%)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33.49%), 아시아(26.73%)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따라서 보고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주요 병목 요인을 제거하고 더 유기적이고 통합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국가 전력망 미비와 관련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한 민관 파트너십 강화” 등 전력 시장의 구조개편이, 비효율적인 전력구매계약과 관련해서는 이원화된 체계의 통합·간소화가, 비생산적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주도해서 직접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제언을 내놨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채원 연구원은 “국가 전력망 확충, 전력구매계약,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녹색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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