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이재명 정권 성패 가를 키워드는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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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낯설어 선뜻 입에 붙지 않는다.
대통령 취임사란 늘 공허한 법이나 어쨌든 이 언명은 시대정신의 정확한 반영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국가정책, 특히 이념적 경직성이 위험한 외교 안보 환경 경제문제 등에서도 이런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면 실용적 성과를 기대할 만할 것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그동안 여론과 당내 온건파들의 이견과 반대를 뚫고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이뤄낸 자기확신형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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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헌정사 초유의 당정 일극체제
스스로만 제어할 수 있는 절대권력
정권성패, 권력행사의 자제 여부에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낯설어 선뜻 입에 붙지 않는다. 오랫동안 온갖 스캔들과 엮인 혐오와 배척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온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마침내 견제세력 없는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었다. 과반 여당을 보유한 대통령은 여럿 있었어도 당내 이견의 소지까지 모조리 제거한 일극 당정체제의 수장은 일찍이 없었다. 보수층에서조차 대책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야당은 견제세력으로 족히 거론할 대상도 못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실용과 통합’을 내세웠다. 대통령 취임사란 늘 공허한 법이나 어쨌든 이 언명은 시대정신의 정확한 반영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앞서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그의 한(恨) 맺힌 강성 이미지와 겹쳐 청산 개혁 쇄신 등의 완전한 나라 뒤집기를 선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이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취임사'는 더없는 다행이다.
실용주의는 어쩌면 이 대통령과 어울리는 개념이다. 지난 행적으로 봐도 그는 이념가보다는 실용주의자에 가깝다. 그에게 일관된 이념이 있다면 다만 권력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뒤집은 숱한 사례들도 따지고 보면 지독한 권력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굳이 좋게 말하면 유연성이다. 국가정책, 특히 이념적 경직성이 위험한 외교 안보 환경 경제문제 등에서도 이런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면 실용적 성과를 기대할 만할 것이다.
정작 더 주목하는 건 또 다른 약속인 통합이다. 우리 민주헌정사 초유의 당정 일극체제가 갖는 위험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어떤 자의적 통치행위에도 합법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은 현실적이다. 이 구조에선 정상적 민주정치의 작동을 온전히 대통령의 선의, 배려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유사민주주의 내지 연성독재로 흐를 수 있다는 말이다. 윤석열과 그 비호세력의 응징과 척결에 응당 동의하면서도 내내 목에 걸리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그동안 여론과 당내 온건파들의 이견과 반대를 뚫고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이뤄낸 자기확신형 지도자다. 낙선 후 당대표와 계양을 지역구 출마, 구속회피용 단식 등 때마다 그의 독단적 밀어붙이기가 결과적으로 오늘의 성공을 이뤄냈다. 이런 유형의 지도자에게는 누구도 이견을 내기 어렵다. (윤석열이 끝내 제 고집 못 버리고 파멸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러면 1인 독재다. 그 순간 국민 상당수에 잠재된 혐이(嫌李)정서가 다시 폭발해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일 것은 불문가지다.
이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력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본인 하기에 따라 최선의 대통령도, 최악의 대통령도 될 수 있는 담장 위에 섰다는 의미다. 그 성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절제다. 권력행사의 절제는 약속한 통합의 전제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 내란 책임만은 엄정히 묻되 여타의 국내정치 영역에선 약속대로 적대와 가름의 용어를 다신 입에 올리지 않아야 한다. 적폐청산 따위의 구호가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대한민국은 구두선이 된다. 적폐는 스스로 더 쌓지 않으면 그게 청산이다.
고비마다 좋은 핑곗거리로 그를 도왔던 윤석열 같은 조력자도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이 대통령의 시간이다. 왜 그토록 오랜 세월 권력의 정상에 서고자 절치부심했는지, 취임사에 오롯이 담은 그 이유를 입증해 보여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 그게 그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끌 유일한 무기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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