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테러범 가족 '연좌 추방' 시도한 트럼프 행정부… 법원이 제동
변호인 “친족 범죄 처벌은 독재 특징”
판사 “절차 없는 추방은 불가역 피해”

이주민 테러범의 가족까지 함께 내쫓으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좌 추방 시도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엑스(X) 게시물을 통해 최근 콜로라도에서 유대인들을 화염병으로 공격한 모하메드 솔리먼(45)의 아내와 자녀 5명이 곧 미국 밖으로 추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날 밤에도 이들의 추방이 가능하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이집트 출신 이민자인 솔리먼은 지난 1일 콜로라도주(州) 볼더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에게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하며 걷기·달리기 행사에 참가 중이던 유대인들에게 화염병 2개를 투척했다. 이 범행으로 52~88세 고령자 12명이 다쳤고, 솔리먼은 증오 범죄와 살인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범행 다음 날인 2일 X에 올린 글에서 “비자를 받아 여기 체류 중인 모든 테러리스트와 가족 구성원, 테러리스트 동조자들을 찾아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튿날인 3일 미국 국토안보부는 솔리먼의 가족 6명을 체포해 구금했으며 이들의 비자도 취소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솔리먼의 아내는 남편의 범행 뒤 당국에 협조하며 남편이 집에 두고 간 휴대폰을 제출했다. 당국은 이 사건을 솔리먼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은 상태다. 가족은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들의 추방을 막기 위한 소송은 가족 측 이민 변호사에 의해 제기됐다. 솔리먼 가족은 2022년 관광 비자로 미국에 들어왔다. 변호인들 중 한 명인 에릭 리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친족의 범죄를 이유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전근대 사법 체계나 경찰국가 독재 정권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미국에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의 가족이 함께 체포되고 추방 위협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다.
콜로라도 연방법원 고든 갤러허 판사는 가족 측 요청을 일시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절차 없는 추방은 불가역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이 사건에 대한 추가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솔리먼의 가족을 추방해서는 안 된다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추방 정책 정당화에 솔리먼 사건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날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X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콜로라도 테러는 제대로 심사받지 않은 외국인의 입국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증명했다”며 “우리는 그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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