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시론] 김어준의 ‘유시민 옹호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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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시민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의 최근 '실언'에 대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쓸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간 그에 대해 비판적 글을 많이 쓴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은 물론 유시민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던 나는 그의 반(反)학력·학벌주의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내심 "왜 저렇게 오버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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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원래 유시민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의 최근 '실언'에 대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쓸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간 그에 대해 비판적 글을 많이 쓴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게 된 건 유시민의 실언을 촉발한 장본인인 김어준의 '유시민 옹호론'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유시민도 비판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고졸 노무현 지지의 맨 첫 줄에 섰던 사람인데 학벌주의자라니 너무 이상하지 않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변명이나 반론을 한 사람이 많았다. "어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똑똑하다는 평판이 자자한 김어준까지 그리 말하니 잘난 척하고 싶어 하는 나의 천박한 먹물 근성이 발동하고야 말았다. "한마디로 이건 유시민의 학벌주의가 아니라 김문수와 설난영의 배신과 변절을 따져야 할 일"이라는 김어준의 주장은 건너뛰자. 이 주장이 논점에서 일탈한 궤변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고졸 노무현 지지에 앞장선 사람은 학벌주의자일 수 없다"는 주장만 격파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과거에 "왜 노무현을 평가해 주지 않는가. 솔직히 말하면 노무현이 대학 안 나왔다고 차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집요하게 했었다. 당시 노무현은 물론 유시민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던 나는 그의 반(反)학력·학벌주의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내심 "왜 저렇게 오버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노무현에 대한 비판은 두 갈래였다. 보수 쪽의 비판과 진보진영 내에서 나오는 비판. 전자의 비판은 격파하기가 쉽다. 진영전쟁이 해결해 준다. 그런데 진보진영 내부의 비판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때 동원된 게 주로 '고졸 차별론'이었고, 그 선두에 유시민이 있었다. 서울대 법대 간판보다 더 약발이 좋은 사법고시 마패가 있는 사람에게 영 어울리지 않는 '약자 코스프레'였지만, 세계에서 '언더독 효과'가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한국에선 그게 먹혀들곤 했다.
나는 비교적 낮은 학력·학벌로 인한 불이익엔 동의하지만, 그게 치명적인 약점이나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그간 좋은 학벌을 갖고 있으면서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진보 지식인들을 높게 평가했지만, 수십 년간의 경험 끝에 이젠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며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일부 지식인의 학벌주의 비판은 자신의 내면화된 학벌주의의 표현이기도 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학벌주의 피해자 프레임'은 일견 정의롭게 보이지만, 학벌로 인한 불이익을 과도하게 과장하는 건 불의로 이어지기 쉽다. 같은 편에겐 '피해자 프레임'이지만, 반대편에겐 과도한 과장으로 픽션을 만들어내 모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설난영 비하가 바로 이런 경우라는 게 내 생각이다.
5월1일 전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이 옥중서신을 통해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대해 "소년공 출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못 보겠다는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이건 원래 '유시민 레퍼토리'인데, 조국이 감옥에서 유시민을 집중 탐구했나?" 조국은 정녕 학력·학벌주의를 혐오하나? 그렇게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젠 우리 모두 '학력·학벌 피해자 프레임'을 넘어서면 좋겠다. 그건 동전의 양면처럼 뒤집히면 '비하 프레임'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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