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걸 더 잘하기

아레나옴므플러스 2025. 6. 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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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가 자신의 무기를 더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새롭게 출시된 인제니어 오토매틱 35를 차보며 느낀 것.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 레퍼런스  IW324901  • 케이스 지름 35.1mm  • 두께 9.4mm  • 무게 111.6g  • 케이스 소재  스테인리스 스틸  • 방수 100m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 스틸  • 무브먼트 47110 칼리버  • 기능 시·분·초, 날짜 표시  • 파워 리저브 42시간   • 구동 방식 오토매틱   • 가격 1380만원

 IWC 인제니어가 처음 만들어진 건 70년 전이다. 1950년대는 기술자들의 시대였다. 세계대전을 두 번 치르는 동안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의 도약을 이루어냈다.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기술자들은 도시를 날려버릴 폭탄 대신, 새로운 전자기기와 이동 수단을 발명해내며 풍요로운 시대를 만들어갔다. 이 시기에 인제니어가 등장했다. 1955년 공개된 인제니어는 IWC 최초의 민간용 항자기성 손목시계였다. 인제니어는 자기장에 노출된 엔지니어, 물리학자, 화학자, 의사를 위해 개발한 물건이었고, IWC는 이 시계를 '도구'라 소개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인제니어 디자인은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후에 등장했다. 모델명은 인제니어 SL(레퍼런스 1832). 전설적인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의 작품이다. 젠타가 디자인을 맡으면서 바뀐 것은 크게 세 가지다. 5개의 홈이 있는 원형 베젤, 체크판을 연상시키는 다이얼, H 링크로 연결된 일체형 브레이슬릿까지. 1976년 출시된 인제니어는 '점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케이스 크기는 40mm였는데, 당시로서는 무척 큰 편에 속했다. 실제로 인제니어는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1980년대 들어 IWC는 인제니어를 34mm 크기로 출시하며 다시금 조명받았다.

유행은 돌고 돈다. 요즘 시계 업계의 트렌드는 '작은 시계'다. 코로나 시기에 열풍을 일으킨 '젠타 스포츠 워치'의 인기가 2022년 후반부터 사그라들더니, 그 대척점에 있는 작은 시계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금은 커다란 크기로 존재감을 설득하기보다, 작은 얼굴로 저마다의 취향을 은밀하게 드러내는 것이 더 세련된 시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IWC가 올해 4월 새로운 인제니어를 공개했다. 이름은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2023년 출시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에서 케이스 크기를 5mm 줄여 완성한 모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다이얼의 '그리드' 패턴이다. 멀리서 보면 체크판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로와 세로로 정교하게 선을 새겨 넣어 마치 공예품 같은 느낌을 풍긴다. 외관 전체는 젠타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했지만, 케이스 크기가 줄어들면서 한결 오밀조밀한 인상을 갖췄다. 다이얼을 채우는 여러 요소도 간결하다. 연필 모양의 시침, 분침, 인덱스는 모두 은색으로 마감했으며, 가운데에는 슈퍼 루미노바를 코팅해 어두운 곳에서도 높은 시인성을 자랑한다. 3시 방향에는 인제니어 SL과 동일한 네모난 날짜창을 넣었고, 6시 방향에는 인제니어 로고를 새겼다. 

브레이슬릿은 인제니어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다.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파텍 필립 노틸러스,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와 마찬가지로 인제니어 또한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채택했다. 브레이슬릿은 'H' 모양 링크와 'ㅁ' 모양 링크를 이어 붙인 형태로 완성됐다. 이 중 'H' 링크는 무광의 새틴 마감을, 'ㅁ' 센터 링크는 빛을 반사하는 폴리싱 마감을 적용했다. 덕분에 시계 전체가 지나치게 번쩍이는 느낌은 없지만, 각기 다른 세공을 적용한 덕분에 '고급 시계를 찼다'라는 느낌을 은근하게 전한다. 착용감도 쾌적하다. 'H' 링크는 가장자리를 한 번 더 깎아 폴리싱 마감 처리를 했는데, 하루 종일 시계를 차도 날카로운 부분이 피부에 닿는 불편함이 없다. 

인제니어 40과 인제니어 35의 큰 차이점은 시계 뒷면에 있다. 40mm 모델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솔리드백을 적용했지만, 35mm는 투명한 사파이어 글라스 케이스백를 적용해 시시각각 돌아가는 무브먼트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무브먼트 성능이 아쉽다. 기존 40mm 모델은 IWC가 자체 제작한 32111 칼리버를 탑재해 12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크기가 줄어들면서 이를 47110 칼리버로 대체했고, 파워 리저브도 4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시계 사이즈가 줄어들면서 생긴 장점도 명확하다. 두께는 10.7mm에서 9.4mm로, 무게는 147.3g에서 111.6g으로 줄었다. 가격은 195만원 더 저렴한 1380만원으로 출시됐다. 

수많은 브랜드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생각한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만큼, 잘하는 걸 계속 잘하는 것도 어렵다고. 인제니어는 이름 그대로 기술자들이 잘하는 걸 더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계다. 그런 인제니어 역시 지난 70년 동안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잘 만든 시계'가 되기 위해 변해왔다. 더 잘 만든 시계가 되기 위해서 매번 화려해질 필요는 없다. 때로는 더 작게, 때로는 더 간결하게 모습을 바꾸며 살아남는 쪽이 더 탄탄한 설득력을 갖춘다. IWC는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인제니어 35는 올해 가장 설득력 있는 시계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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