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하는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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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너도나도 헤어지기 아쉬울 때, 모텔(혹은 호텔)을 예약하기에는 너무 늦었을 때, 우리는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을 찾아서. 결국은 우리는 '찾아낸' 공간이 아닌, '못 참고 벗어버린' 그곳에서 섹스를 시작한다.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밖에서의 섹스는 와인처럼 천천히 음미하긴 어렵다. 소주처럼 원샷하거나 한여름의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벌컥벌컥 들이켜는 일에 가깝다. 물론 야외 섹스에서 '캬아~' 같은 추임새는 넣지 못한다. 작은 소리조차 허락되지 않으니까.
"스물 넘은 여자들은 야외 섹스의 리스크를 굳이 감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 사업을 하는 권석진에게 야외 섹스를 해본 적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럼 야외에서는 한 번도 안 해보신 겁니까? "고등학교 때 해봤습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학교에서 잘 주기로 소문난 여자였습니다. 실제로 잘 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주말에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럼 교복을 입고 한 건 아니네요? "그렇죠. 그 부분은 지금도 아쉽습니다." 페티시가 있었습니까? "교복 페티시는 지금도 있습니다. 없는 사람이 있습니까?" 권석진은 오후 1시, 첫 끼로 잼 바른 크루아상을 먹으면서 대답했다.
어디서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그때는 돈이 없었으니, 멀리 나가진 않았고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비가 왔고 이때다 싶어 으슥한 데를 찾았습니다. 저녁 6시 무렵이었어요. 슬슬 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가신 겁니까? "부모님을 마주칠까 봐 거긴 가지 못했어요. 아파트의 벙커 같은 공간에 들어갔습니다. 반지하 같은 공간이었고 밖에서는 목만 간신히 보였습니다. 사람도 없었고요." 여자도 할 마음이 있었을까요? "그땐 저도 폼이 좋았습니다. 지금이야 술 담배에 삭았지만, 그때만 해도 아이돌 같단 소리 좀 들었습니다." 권석진은 자신의 옛날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속 그는 홍콩 배우같이 부리부리했다. 괜한 허세는 아니구나 싶었다.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섹스를 허락하기에는 상대도 너무 어리지 않았나요? "보통의 여자라면 그렇겠죠. 저도 그 여자가 '잘 주기로' 소문난 친구라 그렇게 해본 거였어요." 어떻게 하셨습니까? "저는 벙커(실제 벙커는 아니고 벙커 같은 곳)에 들어가자마자 바지를 살짝 내렸고, 여자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권석진도 빨랐지만 여자도 빨랐다. "입으로 몇 분 해주다가 키스 좀 더 하고 뒤로 끝냈습니다." 그 뒤로 여자와는 어떻게 됐습니까? "제가 먼저 연락했어요. 더 좋은 남자를 찾았는지 궁금했거든요. '읽씹' 하던데요."
그럼 성인이 되어서는 한 번도 야외에서 한 적 없습니까? "삽입은 안 했지만, 비슷한 걸 한 적은 있습니다." 꼭 삽입해야 섹스인 것만은 아니다. "스무 살 넘어서 종종 잤던 여자였습니다. 최근에는 일 때문에 밤낮이 바뀌니 잘 안 서는 겁니다. 그래서 비아그라를 샀고,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약은 효과가 있던가요? "네. 그래서 여자에게 새벽 2시에 '뭐 해?'라고 하니, '나 뭐 딱히 없어'라고 답이 왔습니다." 그럼 만나는 겁니까? "그렇죠. 그날은 섹스하는 겁니다." 뭐가 딱히 없으면 섹스할 수 있는 권석진이 잠깐 부러웠다.
" '강남 올래?'라고 카톡하고 한 시간 뒤에 여자가 역삼의 제 사무실로 왔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여자를 1층 주차장 뒤편으로 끌고 갔습니다." 왜 멀쩡한 사무실 놔두고···. "야외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스릴을 좀 즐겨보고 싶어서." 거기서 뭘 하셨습니까? "다리가 예쁜 여자라 다리를 애무했습니다. 새벽에 강남 돌아다니는 남녀는 대부분 유흥업 종사자거나 소비자일 거예요. 그래서인지 별로 무섭진 않았습니다. 여자가 잘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저 혼자 끝냈습니다." 그분과는 잘 지내십니까? "지금도 연락하면 올걸요?"
전화를 걸었을 때 박희연은 누워 있었다. "여보세요? 나 아파, 병원 가야 해." 박희연은 투정에 콧소리를 섞는다. 박희연은 3일 전 부산에 다녀왔고, 주근깨와 감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오늘 저녁에는 전남친이 티케팅 해준 검정치마 콘서트를 가야 한다며, 너무 피곤한 삶이라고 투덜댔다. 박희연과는 오랜만에 전화했다. 그간 각자 연애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박희연은 연애를 하는 것과 상관없이 늘 상냥하다. 그래서 질문을 자주 한다. 밖에서 해본 적 있어? "삽입 빼고 다 해봤지. 장소는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아파트 비상계단이나 놀이터."
놀이터는 언제였는데? "스물둘. 사귀는 사람은 아니었어." 사귀고 말고가 중요한가? "사귀는 사람이라면 굳이 밖에서 안 할 거 같아. 할 거 같으면 집을 가겠지. 나서서 스릴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거든. 그 남자랑은 손도 안 잡았을 때였어." 모텔이나 호텔에 가면 되잖아. "나는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순간이 너무 싫더라." 왜? "대놓고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그게 좀 구려. 사귀지 않는 사람이랑 그런 공간에 들어가는 게 어색하고 별로야." 박희연은 상냥했지만 취향이 복잡했다.
"놀이터 미끄럼틀에 올라가기 전에
동굴 같은 공간이 있어. 멀리서는 안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이는. 거기서 하지."
"합정에서 망원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놀이터였어. 밤 12시였고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왜 놀이터였을까? "남자가 거기로 가던데? 남자가 먼저 나섰고 나는 그냥 따라갔지." 남자가 매력적이었나? "당연하지." 놀이터에서 섹스는 어떻게 시작해? "그네에 각자 앉아서 얘기를 해. 그러다 손잡고, 좋아하는 남녀가 할 법한 대화를 하지. 그러다 남자가 놀이터 안쪽으로 들어가." 그럼 아무 말 않고 따라가나? "그런 편이지. 놀이터 미끄럼틀에 올라가기 전에 동굴 같은 공간이 있어. 멀리서는 안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이는. 거기서 하지." 너무 좁아서 다 하기는 어렵겠는데? "당연히 다 하진 못하고. 키스하고, 가슴 만지고, 밑에도 만지고." 거기서 더 벗기는 애매하긴 하겠다. "그날 달라붙는 원피스 위에 트렌치코트를 입었어. 안에는 거의 벗었지. 졸지에 '바바리걸'이 됐지만. 이제는 밖에서 하고 싶은 날에는 트렌치코트 입으려고. 겨울 코트는 무거워서 서로 버겁더라고. 트렌치코트는 목까지 잠글 수도 있잖아. 정 원하면 트렌치코트만 입고 있어줄 수도 있어." 옷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네. "그런 셈이지. 노린 건 아닌데."
나는 박희연에게 '거기서 거기'인 장소 중 특별한 곳은 없었는지 물었다. "여의도에 살면 여의도에서는 잘 안 놀거든. 물론 예외도 있어. 첫사랑 오빠랑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거든." 여의도에서 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광장 말고 아파트 옥상 같은 데서 보자고 했어. 그런데 옥상 입구가 닫힌 거야. 그래서 우리 아파트 말고 좀 더 단지가 크고 오래된 아파트로 옮겼어. 거긴 옥상이 열려 있더라." 그럼 거기서 불꽃놀이를 봤겠네? "불꽃은 거의 못 봤지. 옥상에 작은 벤치가 있길래 거기 누워서 했어." 무섭진 않았어? "'누가 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랑 '뭐 어때' 하는 마음이 왔다 갔다 했어. 뭐 어떡해. 이미 시작한걸." 옥상에서 불꽃놀이 보면서 한 섹스는 너무 뻥 같은데? "그치? 그런데 진짜야. 믿어줘."
"자주 시도합니다. 의무적이진 않고, 즐기는 편이죠." 홍승환은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는 평소 옷차림은 물론, 말투와 목소리도 어디 하나 거슬리는 거 없이 늘 깔끔했다. 그런 그는 '밖에서 섹스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 서슴없이 답했다. "금기를 깨고 싶어요. 그래서 어디서든 해보려고 해요." 일부러 찾아서 하십니까?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그런 거죠." 주로 어디서 하십니까? "비상계단이나 카페 화장실?" 비상구 계단은 다른 분들도 즐겨 찾는 장소였습니다. "아무래도 거기가 제일 만만하죠." 비상구로 일을 치르러 가면 도중에 여자가 어딜 가는지, 왜 가는지 물어보진 않습니까? "여태 그런 여자는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것 같았다. 홍승환의 잘생긴 외모 때문이거나, 상대방이 눈치가 빠른 타입이었거나.
"몇 초 뒤면 답이 나올 텐데, 굳이 말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는 갑작스러움에서 오는 '꼴림'이 있다고 믿습니다." 홍승환은 한 번도 더듬지 않고 말했다. 만약 이해가 필요한 여자를 만나면 뭐라고 말할 것 같습니까? "내가 너한테 나쁜 걸 시키겠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십니까? "ENTJ입니다." ENTJ 남자는 이렇게 전략적인 편입니까? "상상력도 좋습니다." 섹스 상대는 대개 애인인가요? "그런 편이죠. 저는 지금 환상적인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홍승환의 연인을 본 적이 있다. 미인이었다.
"제가 생각한 판타지를 다 실현시켜줘요. 한꺼번에 다 실현시켜주는 건 아니고, 한 단계 한 단계씩 클리어하는 느낌으로 실현시켜줍니다." 더 좋겠네요? "말했잖아요. 환상적이라고. 그걸 실현시켜줄 몸매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팬티를 입고 오지 마라'라고 말하면 스타킹만 신고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나타납니다." 그런 날에 야외에서 하는 겁니까? "밖에서 하려고 그렇게 입으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요? "제가 지배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렇게 시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하고 싶어지면 하는 거고."
그럼 카페 화장실에선 어떻게 하셨는지? "오피스텔 1층에 있는 카페였어요. 보통 오피스텔 1층 화장실엔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죠. 거기서 했습니다" 그럴 때는 남자 화장실로 가나요, 여자 화장실로 가나요? "남자 화장실로 가죠.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게,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요?" 그럼 여자는 조용히 따라오나요? "조용히 따라옵니다. 애인은 저보다 많이 어립니다. 에너지가 많아요. 가끔은 벗기지 않아도 먼저 벗습니다. 그 화장실에서도 그랬고." 부럽습니다. "행복합니다."
야외 섹스에 더 안전하거나 더 위험한 장소는 없다. 모든 순간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만 그 위험을 감수하느냐 마느냐의 차이. 홍승환처럼 그냥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반면, 권석진처럼 새벽 아무도 없는 주차장이어야 할 수 있는 남자도 있다. 뭣 모를 때 만난 첫사랑 오빠 정도 되어야 밖에서 하기를 허락했던 박희연도 있다. 보통의 섹스가 그렇듯 야외 섹스도 남자가 먼저 시작한다. 여자들도 종종 밖에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야외 섹스에서는 여자가 짊어진 리스크가 남자보다 더 크다. 더 많이 벗어야 되니까. 그래서 야외 섹스가 가능하려면 그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남자여야 한다.
* 기사에 등장한 모든 인물의 이름과 직업은 가상으로 바꿨습니다.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Words 백윤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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