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1.7조' 증발시킨 카무루스 충격…해명에도 경계 여전한 이유는

펩트론의 시가총액이 이틀 동안 약 1조6936억원 증발했다. 일라이 릴리가 스웨덴의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펩트론과 카무루스의 기술이 기본적으로 다른 기술인 데다 계약 물질 범위에서도 차이가 있어 이러한 주가 하락은 과도한 우려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그간 높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돼 온 만큼 기업가치 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펩트론의 주가는 전날 대비 2.3% 하락한 15만7300원으로, 전날 장 초반부터 하한가로 직행한 뒤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펩트론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약 5조3583억원에서 이날 약 3조6647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펩트론의 주요 파트너사인 일라이 릴리가 스웨덴의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기술 '플루이드크리스탈'에 대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라이 릴리는 현재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기술 '스마트 데포'에 대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라이 릴리가 새로운 장기지속형 기술을 도입하자, 시장에선 향후 펩트론의 공동연구 본계약 체결 혹은 기술이전(L/O)이 요원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펩트론은 지난 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카무루스의 기술은 펩트론의 스마트 데포와 전혀 다른 방식의 기술로 단순 경쟁 관계로 볼 수 없다"며 "릴리와 기술성 평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릴리와의 논의는 계획대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드린다"고 밝혔다.
펩트론의 설명처럼 양사의 기술은 같은 장기지속형 기술이지만 제조 과정, 제형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이 적용된 약물은 지질 기반 액체로 투약 후 조직 내 체액과 접촉하며 체내에서 젤로 변하고, 향후 젤이 분해되면서 약물이 천천히 방출되는 방식이다. 사전 충전형 주사기(PFS)나 펜형 주사기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반면 펩트론의 스마트 데포 기술은 약물과 고분자를 제조 용매인 빙초산에 용해시킨 뒤 초음파 분무건조를 거쳐 미립구 형태로 만든다. 미립구를 체내에 주입하기 위해선 약제와 용제의 현탁이 필요해 흔들어 사용하는 바이알 형태로 공급된다.
일라이 릴리가 각각 양사와 맺은 계약은 기술이 적용되는 물질 범위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펩트론은 이날 일라이 릴리로부터 공식 확인을 받았다는 점을 밝히며, 현재 일라이 릴리와 기술성 평가 중인 약물과 카무루스 계약에 포함된 약물 범위가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두 기술이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적용되는 물질이 동일하다면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일라이 릴리가 각 사의 기술로 다른 물질을 실험하고 있기에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가 아니란 입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계약으로 인해 펩트론의 기업가치에 대한 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일라이 릴리와 기술성 평가 계약 체결 이후 지난 2일까지 펩트론의 주가는 약 372% 상승하며, 지난 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5조358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라이 릴리가 카무루스와 계약을 했다고 해서 펩트론과 릴리가 계약 맺을 가능성이 없어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시장에선 펩트론이 넘어가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펩트론의 시가총액이 5조원까지 올라갔던 배경은 펩트론의 기술이 적용되는 물질이 이미 시판 중인 데다 매출이 엄청난 물질인 데다, 시장에선 일라이 릴리가 먼슬리(1개월용)를 개발하려면 펩트론밖에 대안이 없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릴리가 다른 대안을 들고 나타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향후 일라이 릴리가 이번에 도입한 카무루스의 기술과 펩트론의 기술을 조합해 펜형 주사기 형태로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라이 릴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차별화를 위해 일단 여러 기술을 확보한 뒤 다양한 실험을 해볼 것이란 관측에서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스마트데포의 경우 액상 제형으로 만들기 위해 소수성 용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고, 유기용매를 제외하면 지질 기반의 액상으로 예상한다"며 "미립구 기술과 체내 주입형 하이드로겔을 결합시켜 각 기술의 단점을 극복하고 서방형 제형으로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연구원은 "미립구를 펜 타입으로 만드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약물 전달이라는 건 사이즈에 따라서 펜 타입으로 제작이 가능한지, 흔들어야 하는 현탁액인지 결정되는 거라 단순히 펩트론의 미립구를 펜으로 만들기 위해 카무루스의 기술을 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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