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태안화력 노동자 책상 위 '이재명 책'··· "마지막까지 차별 없는 세상 꿈꿔"
'1분 780번 회전' 위험 장비엔 보호 덮개 없었다
서류 작성부터 위험 파악까지 안전 회의도 홀로
"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소모품' 아닌 세상 와야"

대선 전날인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 끼임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50)씨 사무실 책상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다룬 책 '이재명과 기본소득'이 놓여 있었다.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5일 이러한 사실을 밝히며 "그가 꿈꿨던 세상은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죽지 않는 세상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대책위 기자회견에서는 김충현씨 사고 경위와 관련한 1차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깔끔하게 정돈된 김씨의 책상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정책과 정치 철학 등을 다룬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라는 책이 펼쳐져 있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0414160005287)
대책위는 "내일(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요구를 들고 만나러 갈 예정"이라며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지만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세상이 반복된다면 바뀐 것은 대통령의 이름과 얼굴뿐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유가족, 유가족이 추천하는 대책위 관계자들이 함께 (재해 경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적극 문을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진일 대책위 상황실장은 "누구도 안전 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숨진 김씨는 한국서부발전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으로 정밀한 기계 부품을 만드는 '선반 작업' 담당자다. 사고 당시 김씨는 발전소 내 펌프(CVP)를 정비할 때 필요한 밸브 핸들을 절삭해 가공하던 중, '1분에 780번 날이 돌아가는' 기계에 왼손이 말려 들어가 사고로 숨졌다.
문제는 매우 위험한 장비임에도 방호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위험성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김씨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한 작업을 지도·감독할 안전 책임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최 실장은 "사고 선반(재료 등을 회전시켜 깎아내는 기계)에는 방호울, 방호덮개 등 (회전부와 작업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재해자를 보호할 만한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사전 평가하는 '위험성 평가'에서도 이번 사고 발생 작업의 위험도는 20점 만점 중 3점에 불과했다. 최 상황실장은 "사실상 실질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안 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놓고 (형식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씨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방식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TBM은 본래 위험 업무 시, 미리 안전 관리자와 작업자가 모여서 작업 내용과 위험 요인을 파악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절차다. 그러나 직원이 25명인 한국파워O&M에서 유일한 '선반 작업' 전문가였던 것으로 보이는 김씨는 'TBM 회의도 홀로, 서류 작성도 홀로, 위험요인 파악도 홀로'했다. 해당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은 김씨가 사용하던 장비의 부품도 잘 몰랐다는 게 대책위 전언이다.

대책위는 김씨가 대선 전날까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책을 읽던 상황은 7년 전 같은 발전소에서 유사한 끼임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발전소 1차 하청업체 입사 3개월차였던 김용균씨는 생전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지만, 열흘 뒤 산재 사고로 숨졌다. 김용균씨 죽음 이후 특별조사위원회가 산재 재발을 막기 위한 '22개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행되지 못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대표자회의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탄핵 촉구) 광장에 김충현 노동자도 있었다"며 "그가 꿈꾼 차별받지 않고 죽지 않는 세상, (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나의 노동이 당당하게 인정받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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