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재정기획관’ 부활 추진···예산 개혁 신호탄?

대통령실이 재정담당기획관 부활을 담은 직제 개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둘러싼 개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정기획관이 신설되면 대통령실이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전반에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정기획관이 생긴다면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 견제를 이유로 논의된 기획재정부 개편안이 뒤로 밀린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5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재정기획관 신설이 담긴 직제 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기획관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 예산을 관리하는 비서관급 자리로,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됐다.
이번 재정기획관 부활은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 기조가 국정철학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감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로 재정 확장을 주장하는 학자 출신이 재정기획관에 임명됨에 따라 기재부 간의 힘겨루기가 빈번히 이뤄졌다.
재정기획관이 신설되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각 부처에서 주요 사업들이 담긴 예산안을 기재부에 제출하면 기재부가 이를 심사, 편성하는 구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예산 편성 시 정부 개별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기획관을 지낸 한 인사는 “정부 조직법 통과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되는 만큼 일단 내년 예산 편성은 재정기획관을 통해 견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정기획관의 소속도 관심사다. 문재인 정부 초에는 재정기획관이 대통령 비서실 산하에 있었다. 기재부 출신이 그동안 주로 임명됐던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와 분리한 셈이다. 그러나 임종석 비서실장 사퇴 이후, 재정기획관이 정책실장 산하로 옮기면서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한편에서는 재정기획관 신설이 기재부 조직 개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예산 편성 기능을 대통령실 직속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예산실이 대통령실 직속으로 옮길 경우,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소통 창구 기능을 하는 재정기획관을 신설하는 필요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재정담당기획관이 신설되면 예산 담당 조직을 대통령실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 산하로 둘 경우 재정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을 이유로 조직 개편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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