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둘도 안 낳네... 베트남, 37년 만에 '두 자녀 정책' 폐지
합계출산율 꾸준히 떨어져, 1.9명 수준
청년층은 경제부담에 "하나 낳아 잘 키울 것"

베트남이 ‘두 자녀 정책’을 전면 폐지했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자 37년간 유지해 온 인구 제한 정책을 버리고 부부에게 출산 자율권을 주기로 했다.
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회는 3일 자녀의 수와 출생 간격·시기를 부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인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8년 제정된 기존 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가정에 한두 명의 자녀만 허용했다. 일반 국민에게 실질적 제재는 없었지만, 공산당원이 셋째를 낳을 경우 승진이나 성과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직위 해제되는 사례까지 있었다. 이번 법 개정은 국가 주도의 인구 제한 기조가 사실상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두 자녀 이상을 둔 여성에게 사회주택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는 ‘당근책’도 내밀었다. 임신부·신생아 대상 건강검진, 유전 질환·기형 예방 노력, 아동 발달 지원 등 출산·육아 지원 정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는 베트남 내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자녀 제도 도입 당시 4명을 웃돌던 베트남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1.91명으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도 3년 연속 밑돌고 있다. 특히 호찌민 등 대도시는 1.39명까지 내려앉아 저출생 경고음이 커졌다.

물론 한국(지난해 기준 0.7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베트남이 아직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가 나올 만하다. 베트남 정부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겹치면 경제에 부담이 되면서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도 베트남이 20년 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2자녀 정책 폐지가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물가 상승과 비싼 집값, 양육 부담 등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는 마케팅 매니저 응우엔 투린(37)은 “6살 아들에게 최고의 교육과 양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를 더 이상 낳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을 만들어줄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아이를 더 낳으면 재정적, 시간적 압박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 규제보다 현실적 여건이 출산 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용태·김재섭, "3특검 반대 당론 안 된다… 尹 지켜선 안 돼" | 한국일보
- [단독] ‘대통령 이재명’을 만든 사진, 이 사람 손에서 나왔다 | 한국일보
- 이재명 대통령 취임 선서 때 박수 안 치고, 영부인도 외면한 권성동 | 한국일보
- 김남주, 17세 아들 속내에 오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 | 한국일보
- '최수종 조카' 조태관, 투표장 앞까지 갔는데… 투표 못 한 사연은? | 한국일보
- 김숙, 구본승과 핑크빛 로맨스 질문에 "좋은 오빠" | 한국일보
- 李 대통령, 尹 임명 장관들에게 "어색하지만 최선 다하자" | 한국일보
- 美 난임병원 테러범 붙잡고 보니... '반출생주의' 30대 한인 남성 | 한국일보
- 박근혜 7만·윤석열 4만·이재명 300... 취임행사 역대 대통령과 어떻게 달랐나 | 한국일보
- 尹 계엄 가장 먼저 예측했던 '촉 좋은 김민석',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로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