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자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에 유일하게 거부권 행사

최우리 기자 2025. 6. 5. 11: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총 5번 거부권·1번 기권
“유지 보수 위해” 가자 식량 배급 이틀째 중단
도로시 셰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가자 지구 휴전과 인도주의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 투표 전 연설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이 가자 전쟁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결의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우리는 하마스를 규탄하지 않고,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가자 지구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 어떠한 조치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로시 셰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은 투표 전 “이번 결의안이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안보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휴전에 도달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총회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 5개국(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통과되지 못한다.

미국은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4건에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유엔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규탄하지 않는다며 안보리 결의안에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다만 지난해 3월 가자 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기권해, 결의안이 통과된 적이 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고,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는 5번째다. 이번 결의안에는 가자 지구 상황이 재앙적이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210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담겨있지 않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고 남은 인질을 모두 석방해야 이 잔인한 분쟁을 즉시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가자지구 많은 주민들이 기아에 직면한 상태에서 나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부터 가자 지구를 봉쇄했고 최근 완화했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다른 회원국들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안보리의 유일한 아랍 이사국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유엔 대사는 “이 결의안은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동 의지”라고 강조했다. 푸콩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스라엘은 국제법의 모든 빨간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며 “한 국가가 방패로 막는다고 이러한 위반 행위가 중단되거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의 바바라 우드워드 유엔 대사도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원조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한 결정은 정당화할 수 없다. 불균형하며 비생산적이며 영국은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 최고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팀, 계획, 물자, 그리고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 앞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가자의 굶주림을 멈추라”는 글씨가 쓰여져있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리야드 만수르 팔레스타인 유엔 대사는 “이스라엘이 우리 민족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가자지구에서 나가도록 압력을 가하는 실질적 조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팔레스타인이 193개 유엔 회원국이 모이는 총회에서 결의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압박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때도 유엔 총회 휴전 촉구 결의안이 몇차례 통과된 적이 있다.

현재 가자 지역의 인도적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취임 초기 가자 지구 종전을 촉구해왔으나, 하마스·이스라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말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가자인도주의재단(GHF)가 식량 배급을 시작하자마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발포한 총에 수십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유엔에서 배포한 원조를 훔쳐 공격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3월 초부터 가자로의 지원 물품 봉쇄를 하고 새로운 식량 배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자인도주의재단은 “유지 보수 작업을 위해” 3일에 이어 4일에도 배급소를 일시 폐쇄한다고 이날 밝혔다.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 시스템이 중단된 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식사 배급소에서 가자 어린이들이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누세이라트/AFP 연합뉴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