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완전 자율주행의 꿈-②

이세영 2025. 6.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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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단장 본인 제공

지난 1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자율주행기술 관련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은 기존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술을 넘어서는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운전자 제어 지원 시스템)를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ADAS 기술이 차선 유지, 긴급 제동, 전방 추돌 방지 등 '운전을 보조하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DCAS는 '자율주행에 준하는 판단과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일례로 DCAS는 고속도로 주행 중 차선 변경이나 추월, 진출입 등을 스스로 판단해 수행할 수 있으며, 일부 국도 주행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DCAS의 도입은 사실상 자율주행 '레벨 2.9' 시대를 의미한다. 기존 레벨2는 운전자가 항상 차량을 통제해야 했지만, DCAS는 제한된 환경에서 일정 시간 동안 차량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법적 책임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부담은 줄면서 기술 적용 폭은 넓어졌다.

UNECE의 새 규정은 지난해 6월 세계 차량 규제 조화 포럼을 거쳐 최종 채택됐고, 올해 1월부터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출시되는 차량은 다양한 방식으로 DCAS를 해석하고 적용하며 차별화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UNECE는 새 제도 아래에서도 운전자의 '주의 지속'을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운전자가 딴짓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하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5초 이내 경고를 울려야 한다. DCAS가 차량의 주도권을 일부 가져가더라도, 사용자는 '항상 운전에 주의해야 하는 상태'로 간주한다.

이 같은 규정은 제조사가 자율주행 기술을 현실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도,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귀속되도록 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제조사 DCAS 대응 현황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DCAS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에 각기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 독일에서 '드라이브 파일럿'을 통해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차량 인증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고속도로 정체 시 60㎞/h 이하에서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며, 미국에서는 최대 95㎞/h까지 가능하다. 벤츠는 이 기능을 S-클래스와 EQS에 적용해 독일과 미국에서 실제 판매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홈페이지 캡처

BMW는 2020년대부터 '퍼스널 파일럿 L3'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급 모델 7시리즈와 i7에 탑재해 일부 시장에서 시험 운영 중이다. 고속도로 저속 주행 시 운전자는 스마트폰 사용이나 휴식이 가능하며, 2024년부터 본격적인 시범 주행을 시작했다.

BMW '퍼스널 파일럿 L3' 사진 출처 : BMW그룹 홈페이지 캡처

아우디는 2017년 '트래픽잼 파일럿'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자율주행 중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상용화는 보류 중이다. 기술적으로는 준비가 완료됐지만, DCAS와 같은 규정 변화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우디 '트래픽잼 파일럿' 사진 출처 : 아우디 미디어센터 홈페이지 캡처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202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Robotaxi)를 시작했지만, 2023년 보행자 충돌 사고 이후 전면 중단됐다. 크루즈는 2024년 로보택시 계획을 접고, 개인용 차량을 위한 DCAS 기반 기술 개발로 선회했다.

GM 로보택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포드는 폭스바겐과 함께 투자한 아르고 AI의 해체 이후, DCAS와 레벨2·3 수준의 운전자 보조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자사 개발 부서 'CARIAD'를 통해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레벨3 기술을 완성했으나 상용화를 지난해 6월 무기한 연기했다. 반면,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모셔널(Motional)을 통해 아이오닉5 기반 레벨4 로보택시를 개발 중이며, DCAS 도입에 따라 더 현실적인 기능 위주로 기술 방향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DCAS 시대, 라이다 센서가 다시 뜬다

DCAS 기술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국도까지 주행 가능 범위를 넓혔다. 국도는 고속도로보다 변수와 위험 요소가 많아, 이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고정밀 센서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한동안 주춤했던 라이다(LiDAR)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정밀 라이다 센서는 기존 카메라나 레이더보다 높은 정밀도와 3D 공간 인식 능력을 갖추고 있어 국도 주행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이미 라이다를 선탑재한 차량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DCAS 기능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차량도 연식 변경이나 트림 추가를 통해 라이다 탑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라이다 시장의 부활은 센서 기술 기업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제조사는 자사 센서를 내재화하거나, 핵심 협력업체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운전자 모니터링 기술, 자율주행 안전의 '라스트 가드'

DCAS가 사실상 자율주행 기능을 일부 수행하게 되면서, 운전자가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주의를 잃는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Driver Monitoring System)이다.

DMS는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운전자의 눈, 머리 움직임, 자세 등을 분석하며 졸음운전이나 주의 산만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UNECE 규정은 운전자가 부주의 상태임을 감지했을 경우 5초 이내 경고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DMS에 적용되고 있다.

일부 차량은 안면인식 기능을 통해 운전자의 시선과 눈 깜빡임 빈도를 실시간 분석하고, 적절한 주행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면 진동이나 소리, 이미지로 경고한다. 향후에는 DMS와 차량의 DCAS 기능이 더욱 긴밀히 연동돼 차량이 스스로 주행을 제한하거나 비상 정차까지 가능하도록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조4천억 달러(약 1천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기술 수준은 차이가 생길 것이다.

향후 몇 년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규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ITS 아시아 태평양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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