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인생작' 목록에 새로 추가될 듯한 예감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tvN 주말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속 주인공 유미지(박보영)가 하루를 시작할 때 하는 말이다. 그는 자유롭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프리터족'으로 생활을 영위할 때도, 언니 미래(박보영)와 삶을 바꿔 새로운 삶을 갑자기 시작할 때도 하루를 시작할 때 조용히 이 말을 되뇐다.
때로는 작품이 극 중 캐릭터의 다짐이나 신념을 반영할 때가 있다. 마치 '미지의 서울' 드라마가 그렇다. 이 작품을 만든 이들, 출연하는 이들에게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미지의 서울'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후속으로 지난달 24일부터 tvN에서 방송 중인 주말드라마다. 흔히 '왕자와 거지'의 서사로 불리는, 닮은 외모끼리 인생을 서로 바꾸는 우화를 기본으로 한다. 서로의 처지가 바뀌는 것은 언젠가는 그 자리에 돌아올 일을 예감하게 만든다. 닮은 얼굴 빼고는 모든 것이 다른 자매가 서로의 삶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면서, 사람으로 훌쩍 자라 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하지만 '미지의 서울'은 마치 그 제목의 '미지(未知)'의 의미처럼 그 흥행을 알 수 없는 작품 중 하나였다. 이른바 '계산이 서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당연히 히트작이나 기대작이라면 있을 여러가지 궁금증이 이 작품에서는 '미지'로 남아있었다.

우선 전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선전이 그랬다. tvN 주말드라마는 1년에 평균 한 작품 정도가 시청률 15%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대박 드라마를 배출한다. 지난해 '눈물의 여왕'이 이 경로를 탄 후, 지난해 '정년이'가 연말을 한 번 더 장식했다. 이후 작품들은 '아이러니'의 행보였다.
당시 최고 인기배우 주지훈의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500억원 제작비의 '별들에게 물어봐', 히트작을 내고 돌아온 강태오의 '감자연구소' 등이 연거푸 고배를 들이켰다. 결국 편성이 1년 이상 밀렸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전파를 탔고,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작품이지만 전공의 파업 사태에 발목이 잡혔던 우려를 최고 8%의 시청률 그보다 더 큰 화제성으로 씻었다.
그랬기에 자연스럽게 흥행을 잇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미지의 서울'은 단 4회 만에 5%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일단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보다는 시청률 상승 페이스가 빠르다.
거기에 주연 박보영의 배역이 굉장히 도전적이었다. 박보영은 이 작품에서 튼튼하고 낙천적이지만 내면의 아픔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는 동생 유미지, 허약한 몸을 딛고 안정된 생활을 이뤘지만 사내의 부조리로 벼랑 끝에 몰린 언니 유미래를 함께 연기한다.

물론 박보영 연기 경력에서도 1인 2역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작품에서 일란성 쌍둥이인 둘은 누구 한 명이 주인공급 지분을 갖고 나머지가 받치는 형태가 아닌, 거의 서사를 나눠 쓴다. 긴머리와 짧은머리, 활달한 성격과 차분한 성격 그리고 걸음걸이, 의상까지 다 다르다. 이미 이 정도에서 박보영은 다른 배우 두 작품 치 분량을 촬영한다.
여기에 두 역할이 더 있다. 바로 미래인 척하는 미지와 미지인 척하는 미래다. 극 초반 이후 두 사람은 이 상태로 연기를 이어간다. 서로 자매의 삶을 살 때 나오는 어색함과 낯섦에서 나오는 감정 역시 시청자을 설득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박보영은 이 작품에서 1인4역을 한다.
각각의 남자 주인공 역시 아직 흥행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이호수 역 박진영은 '악마판사' '유미의 세포들 2' 등을 통해 갓세븐 데뷔 전부터 몰두했던 연기자로서의 역량은 보였지만, 다른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처럼 '박진영하면 이 작품이다'라는 걸출한 히트작은 아직 못 내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류경수 역시 '이태원 클라쓰' '지옥' '구미호뎐 1983' '선산'처럼 장르물이나 판타지 기반의 작품 또는 빌런 느낌의 배역에는 인상을 남겼지만 '미지의 서울'의 한세진은 그의 로맨스 그리고 일상연기의 역량이 보여야 했다. 분명 재능이 있는 연기자였지만, 로맨스 연기의 가능성은 봐야 했다.
이러한 '이프(IF)'의 '이프'의 '이프'. 그리고 그 앞에는 전작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자존심의 큰 상처를 입은 박신우 감독이 있었다. 서숙향 작가와의 호흡에 공효진, 이민호 등 스타 캐스팅, 무중력 상황을 구현한 현란한 CG(컴퓨터그래픽)와 특수효과를 겸했던 작품은 이해하지 못 할 호흡의 서사와 독특한 사랑의 감성 등으로 대중에게 쉽게 가 닿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tvN 주말드라마 사상 기록적으로 저조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이렇게 완성한 '이프'의 '이프'의 '이프'의 '이프'. '2의 4승', 16분의 1의 확률을 '미지의 서울'은 넘어서 안방극장에 안착하고 있다. '박신우 좌절의 역사'는 끝났고, '대중의 걱정'은 멀었고,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셈이다. 이전의 작품 후광은 별다른 영향력이 없고, 박보영의 1인4역은 놀라울 정도이며, 남자 주인공들도 극에서 박보영의 장악력을 침범하지 않은 상태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해주는 중이다.

여기에 인생을 관조하면서도 내면을 섬세하게 해석해 내는 이강 작가의 대본은 벌써 마니아층을 조금씩 형성할 정도다. 박신우 감독의 연출 역시 감각적이되 과하지 않은 극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에 있어 작품성은 제각각이지만 또 그만큼의 사랑을 받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별개다. 이는 그야말로 '별의 순간' 같은 운의 영역일 수 있다. 일단 여러 우려의 시선을 비켜서서 '미지의 서울'은 안정적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나머지는 자매 서사의 극적인 교차에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작가와 감독의 통찰력뿐이다.
'미지의 서울'의 초반 걱정은 끝났고, 결론은 아직 멀었으며, 어디까지 재밌을지는 아직 모른다. '미지의 서울' 앞에서 미지의 기분, 그러지만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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