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문가들이 참여 꿈꾸는 ‘K-의학회’

이성주 2025. 6. 5. 09: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Voice of Academy 20-학회열전] 대한혈액학회
대한혈액학회는 내과, 소아과, 병리학과, 생리학과 등 여러 과의 의학자들이 손을 맞잡고 시작했다. 이후 간호사, 기초과학 연구자 등도 참여하며 다학제 학회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에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재수 끝에 올해 저희 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대한혈액학회가 지난 3월 말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ICKSH(International Conference of Korean Society of Hematology)에서 인도에서 온 의사가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2018년부터 매년 3월 열리는 ICKSH는 이처럼 세계 각국의 혈액 전문가들이 연단에 서기를 꿈꾸는 권위있는 학술대회다.

올해엔 의정갈등 상황인데도 37개국에서 1200여명이 참여했고 국내 130편, 해외 320편 등 450편의 초록이 심사를 받아 230편이 발표됐다. 대한혈액학회는 이와 같이 세계 혈액학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면서 올해부턴 국제 회원도 받기로 했다.

대한혈액학회는 지금 세계적으로 혈액암과 혈액 관련 난치병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하나이지만, 닻을 올린 1950년대엔 의사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과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열정이 전부이다시피했다.

"6.25 전쟁이 할퀴고 간 폐허 속에서도 의사들과 군위관 등이 모여 정보를 교류했어요. 수혈, 혈액형과 빈혈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눴지요. 그때 기록을 보면서 콧등이 시큰해지고 옷깃을 여미게 됐습니다. 저라면 저 때 저렇게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었을까?" -혈액학회 김석진 이사장

이들 선구자들은 혈액학회의 출범에 공감했다. 미국혈액학회가 출범한지 1년 뒤인 1958년 8월 서울대 의대 부속병원 B강당에서 발기인대회 겸 창립총회가 열렸고 11명의 선구자가 평의원으로 선출됐다. '결핵 치료'의 기틀을 닦은 김경식 서울대 의대 내과 주임교수가 회장으로 취임했고 미국 웨인대에서 생리학을 전공했고 나중에 연세대 의대 학장, 한양대 총장 등을 지낸 이병희 연세대 교수가 부회장을 맡았다 이문호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가 총무부장, 홍창의 서울대 의대 소아과 교수가 학술부장을 맡았다.

당시에는 집중 주제가 지금과 달랐다. 학회 출범 두 달 뒤 첫 심포지엄은 '빈혈,' 11월의 월례 집담회는 '혈액형'과 '수혈'이 주제였다. 학회는 1959년 10월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이듬해에 대한의학협회(대한의사협회의 전신으로 당시엔 대한의학회에 가까웠다)에 정식 가입했다.

혈액학회는 이처럼 처음부터 내과, 소아과, 병리학과, 생리학과 등 여러 과의 의학자들이 손을 맞잡고 시작했으며 이후 간호사, 기초과학 연구자 등도 참여, 현재 1500여 명이 회원으로 활약하며 다학제 학회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대한혈액학회는 1979년 서울 롯데호텔에서 19개국 874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국제혈액학회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1985년부터 한일 혈액학심포지엄을 열며 당시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섰던 일본 학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기 전인 2002년 8월 서울 코엑스에서 100여개국 20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혈액학회(ISH) 제29차 세계학술대회를 뜨겁게 개최했다. ISH의 성공은 ICKSH가 출범하는 씨앗이 됐다.

학회의 현재 주영역은 혈액암과 난치성 혈액질환의 진단과 치료이다. 1983년 현재 명동성당 앞 가톨릭회관에 있던 성모병원의 김동집, 김춘추 교수가 국내 최초로 골수이식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백혈병을 본격 치료하면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주요 관심사가 혈액암으로 점프업했다. 세계적으로도 글리벡을 필두로 혈액암에 대한 '스마트 치료제'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 분야가 뜨거워졌고 몇십 년 전만 해도 속절없이 숨져야 했던 환자들을 살릴 수 있게 됐다.

"'러브 스토리', '라스트 콘서트', '사랑의 스잔나' 등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지금이라면 대부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에서 좋은 신약이 많이 나와서 환자가 완치될 확률이 높아졌지만 보험이 적용안돼 환자들을 잃을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이웃 일본에선 약을 처방받아 살 수 있는데 우리는 안 된다니…."

학회는 이 때문에 학문연구 못지않게 정책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함께 '혈액암 환자 신약 접근 정책 세미나'를 열었고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