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이게 그림이라고? 한눈에 빠져드는 유혹"

2025. 6. 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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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강강훈 작가가 2년 반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메타포를 주제로 삶의 순간을 거대한 캔버스에 펼쳐 보이는데요.

사랑하는 딸을 모델로 삼아 그림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요.

포근한 목화를 통해 어머니를 추억하며 따스한 감동을 전합니다.

200호에 달하는 대작 4점은 거대한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하는데요.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사진처럼 정교하고 생생한 묘사로 관객의 눈을 속이며 ‘이게 그림이라고?’라는 탄성을 자아냅니다.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싶으신가요.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강강훈 작가의 개인전이 답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강강훈 작가'를 만나 조현화랑에서 진행 중인 '강강훈 개인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2년 반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입니다. 소개해 주신다면요.

Johyun Gallery, Kang Kang Hoon Artist Profile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

이번 전시의 주제는 '메타포'입니다.

단순히 수사학에 머무르는 의미의 메타포가 아니라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과 세계를 의미하는 확장되고 전이될 수 있는 큰 개념으로서의 메타포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한 것들에는 메타포가 작용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비유가 된 것들은 단순한 현상이나 사물로서가 아니라 가치를 지니게 된 세계의 구성물이 됩니다.

이러한 구성들이 모여서 세계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 딸을 모델로 한 인물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Johyun Gallery Seoul, Kang Kang Hoon Installation view Image 1

딸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저의 또 다른 자아로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투영시키는 또 다른 자아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작업이 현재는 제가 위로받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고유한 자아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메타포를 느끼게 됩니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내면으로 진입하는 데 목표를 뒀던 시작이 제법 거창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어쩌면 그러한 내면으로의 진입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시간을 공유해 나가고 있는 딸은 그 자체로서 메타포입니다.

▮ 작품 속 목화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선 듯합니다. 목화는 어떤 기억,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는지요?

Johyun Gallery, Kang Kang Hoon, Cotton, 2025. Oil on Canvas, 259 x 194 cm

목화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상징적 오브제입니다.

조금 더 엄격하게 말씀드리자면 상징과는 다른 어머니에 대한 메타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메타포는 목화를 관찰하고 일어난 일이 아니라, 심상적으로 먼저 떠오르게 되어서 목화라는 존재가 어떠한 생김새를 가졌는지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마음을 움직여 줄지에 대한 판단은 나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어머니를 상실하게 되었고, 목화의 마른 가지와 꽃받침은 어머니의 손을, 대비적으로 피어 있는 온전하고 깨끗한 솜털 같은 자식 같은 느낌으로 메타포가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목화는 지금도 수많은 메타포를 불러일으키며 작업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 200호 대작 4점도 전시 중입니다. 아트홀릭 독자들은 감각의 밀도를 마주하게 될까요?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인간의 존재와 우리의 삶에 대한 고찰을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크고 엄숙하게 서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적으로는 그렇게 큰 대작들이 동선을 적절히 유도하여 그림과 1대 1로 마주 서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적 느낌은 단순히 재현성에서 작고 디테일한 표현만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을 전체에 담을 수 있는 거리로 물러났을 때 우리의 인지가 만들어내는 것이 '형상'입니다.

그래서 근경에서 바라본 마티에르와 스트로크의 속도감들이 조합을 이뤄 원경에서 우리의 인지가 만들어 내는 그 '형상'은 강력한 리얼리즘을 형성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근경과 원경에서 이루어지는 수 많은 일들의 조합이라 생각합니다.

▮ 'After Rain', 'After Sunset', 'All things pass' 같은 작품 제목에서 자연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제목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요.

Johyun Gallery, Kang Kang Hoon, After Rain, 2025, Oil on Canvas, 259 x 194 cm

제목들에서 느껴지시는 바와 같이 제법 서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메타포란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가 다르게 형성해 가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개념이자 현상입니다.

원래 한국어로 된 제목인 '비는 그친다', '해는 진다'는 '결국'이라는 부사가 생략된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어머니를 상실했던 당시 태양 같았던 어머니의 존재도 결국 지게 되고 다음 세대인 저의 딸을 비추게 된다는 것은 김종길 평론가의 전시 서문 중 '강강훈이 제 아이를 그림으로 드러냄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이요, 제 어머니를 그림으로 드러냄은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어붓기 위함이 아닐는지.' 에서 잘 드러나 있습니다.

비는 언젠가 그치고 해는 들게 되어 있는 이치도 당시의 심상적 위치였던 그늘과 양지의 그 어디쯤이었던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라는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등단 소설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 라'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성숙해져 가는 딸의 모습은 시간에 대한 메타포를 불러일으켰고, 바람이라는 소재가 그 스쳐 지나감에 대한 시간의 메타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정체되어 있지 않은 존재이고 모든 것은 지나가며, 이 순간은 유일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전시작 중 한 작품을 꼭 소개해야 한다면, 어떤 작품을 고르시겠어요?

Johyun Gallery, Kang Kang Hoon, All things pass, 2025, Oil on Canvas, 259 x 194 cm

주요작은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입니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시간의 메타포로부터 한 번 더 작품의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이 순간의 유일함이란 모두가 아는 진리이기 때문에 결국 제가 그토록 붙잡고자 했던 유일한 순간의 리얼리즘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설이 또 다른 작업의 발단이 되고 저는 시각을 달리하여 개념을 정리하게 됩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고, 마음을 땅과 같은 높이로 놓아 겸허하게 삶을 바라본다면 작업 도 반드시 그와 비슷한 결과물로 나와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님께 회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는 관객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있다고 보십니까?

Johyun Gallery Seoul, Kang Kang Hoon Installation view Image 3

저에게 회화란 그 역사의 깊이만큼 의미가 크지만, 회화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본능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회화의 의미가 상실되기 어려운 이유는 인간 본능이 뿌리 깊게 작용해서 결국 그리고자 하는 태생적 특징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그러한 강력한 본능이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저에게 회화란 태생적으로도 당연한 진리의 일부이지만, 원래 있던 평범한 진리를 한 번 더 일깨워 주는 창입니다.

작가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삶에서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가꿔 나가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회화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유의 결과물로서의 가치는 물론 손으로 제작했던 모든 흔적들은 그 자체로 인간의 행위가 담긴 고유성을 입증해 주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회화는 발전한다기보다 인간이 행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소중하며, 다양한 관점을 전달하는 소중한 매개들입니다.

오늘날의 회화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한 면밀한 관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삶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소중한 것들이어서 전달력이 강합니다.

공감을 얻으려 하지 말고 진솔해져야 합니다. 그러면 그 표현 방식이 어떠한 것이든 회화가 가진 힘은 발휘된다고 믿어요.

■ 작가 소개

강강훈 작가의 인물화 연작은 단순 재현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내면 세계를 표현해 관람자가 자아와 마주하게 한다. 작가의 딸이 자주 등장하며,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최근 목화 시리즈는 인물과 사물을 결합해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표현한다. 제주도립미술관, 우양미술관, 클레이 아크 김해미술관, 경기도박물관, 제주 현대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했고,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해외 아트 페어에서도 주목받는, 한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사진 제공: 조현화랑 서울)

■ 강강훈 개인전

- 장소: 조현화랑 서울 (서울시 중구 동호로 249, 신라호텔 B1)

- 일정: ~ 7월 13일 (일)

-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오전 10시 30분 ~ 오후 18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무)

- 관람료: 무료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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