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도들 지치지 마십시오?

서울서부지법 폭동 피고인들에 대한 첫 선고가 나왔다. 5월16일까지 6명이 선고를 받았다. 이 가운데 4명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 일부는 혐의를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대신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서부지법 재판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관련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96명이다. 검찰은 2월10일, 63명을 기소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피의자들을 차례로 추가 기소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6명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피고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건 발생 전날인 1월18일 개별적으로 경찰관이나 취재진을 폭행하거나 법원 담장을 넘는 등의 행위로 인해 기소된 이들이다. 5월16일 선고된 4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 채택에 동의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상해죄로 기소된 A씨와 건조물침입죄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공무집행방해 및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역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두 번째는 1월18일 저녁 윤석열 구속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려는 공수처 차량을 포위한 이들이다. 일부는 이 과정에서 공수처 차량을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공동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감금에 해당하는 행위를 벌였다고 본다.
세 번째는 1월19일 새벽 윤석열의 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뒤 법원 경내로 난입한 49명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공동으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들은 법원 내외부를 파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의 개별 행위에 따라 특수공용물건 손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받았다. 법원 건물에 불을 지르려 시도했다가 현존 건조물 방화 미수로 기소된 피고인도 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의 최초 선고는 5월14일에 나왔다. 이날 선고를 받은 두 사람은 1월19일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이후 법원에 침입했다. 법원 외벽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한 E씨는 징역 1년6개월, 법원 건물 내부 집기를 파손한 F씨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최초 기소된 63인과 별개로 나중에 기소됐지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첫 공판기일에 변론이 종결돼 먼저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폭동은 ‘항쟁’, 피고인은 ‘자유청년’
일부 변호인들이 이 재판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5월10일 ‘서부자유변호인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창단 성명문에서 이들은 “(피고인들이) 평화시위를 하던 중 불법적으로 영장재판권을 휘두르는 서부법원의 공권력에 충격을 받고 저항하게 됐다”라면서 “서부항쟁자유청년들을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조차 준수함 없이 무더기 불법 구속을 하였다”라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폭동을 ‘항쟁’으로, 피고인들을 ‘자유청년’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단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 국면에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첫 실형 선고 이후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5월9일 대학생진보연대(대진연) 회원 4명이 “조희대는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법원 건물 내로 진입하려다 체포됐으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건을 내세운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피고인들은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구속되지 않았으니 사법부가 편향되었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5월19일 열린 공판에서 한 피고인은 대진연의 대법원 시위 사건을 언급하며 “대법원에 침입한 종북단체와 서부지법에 있었던 자유주의자인 저는 혐의가 똑같은데도 저는 4개월째 구속재판을 받고 있는 반면 대진연 회원 4명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되었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대진연을 구속하거나 우리를 석방해야 원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재판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발언도 하고 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과 공수처 차량 등의 블랙박스 영상, 경찰관 채증 영상 등이 편집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결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하기도했다. 5월19일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을 직접 체포한 경찰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자 “체포 당시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대라” “체포할 때 누가, 어느 쪽 팔을 잡았느냐” 등 지엽적인 질문을 반복했다. 판사가 개입해 “질문의 취지가 뭐냐”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재판부가 편파적인 재판 진행으로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형해화”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변호인이 증인을 향해 빈정대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5월19일 공판에서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없는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증인 6명 중 3명이 증언을 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재판장이 증인을 불러 양해를 구하는 와중에 증인이 “다음에도 시간을 낼 수 있을지 확답을 못하겠다”라고 말하자, 이하상 변호사는 “우리는 바쁘지 않은 줄 아느냐”라며 비꼬았다. 판사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면서 언성을 높였다.

같은 날 재판을 앞둔 시각 서울서부지법 정문 앞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태극기와 손팻말 등을 들고 모여 있었다. 그들은 피고인들을 태운 호송버스가 법원 경내에 진입하자 버스가 보이는 위치로 달려갔다. 울타리에 매달린 그들은 피고인들을 향해 “자랑스럽다!” “힘내세요. 지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 자유우파 파이팅” “여러분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법이 잘못된 겁니다!”라고 외쳤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피고인들의 변호인이면서 과거 자유통일당 대표를 지내기도 한 고영일 변호사가 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모습을 드러냈다.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 이 광경을 지켜보던 고 변호사는 호송버스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하상 변호사는 ‘진격의 변호사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엇보다 감격스럽고 고마운 것은 매 재판마다 자유 애국시민들이 많이 와주신다는 거다. 뜨거운 애국심과 동지애가 불타오른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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