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위대하다…두 발로 쓴 '트레킹 인문학' [신간]

이재진 2025. 6. 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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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의 기술과 심리를 인문학적 방식으로 풀어쓴 책

산을 즐기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전문 장비를 가지고 높은 산이나 바위를 오르는 등산mountaineering 혹은 등반climbing, 전문 장비 없이 산이나 그 주변의 자연길 혹은 시골길을 걷는 트레킹trekking, 그리고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트레일러닝 등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트레킹은 '등산'과 차별화되지 않았다. 서점가에도 '등산 교본' '산행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산 정상에 오르는 기술 서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상보다는 건강을 위한 산행이나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있는 자연 길과 시골 길 걷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성취'보다는 여행의 과정과 자연, 문화에 대한 체험을 즐기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트레킹의 기술과 심리를 '인문학적 방식'으로 설명한 책이 나왔다.

'트레킹의 원리'는 자연과 다양한 세상을 두 발로 체험함으로써 발생되는 몸과 정신의 작용에 대해서 설명한다. 몸과 정신이 서로 다른 두 작용이 아닌 하나의 작용으로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은 몸으로 세상을 체험하는 걷기 여행이 세상을 통찰하게 하는 특별한 행위임을 알게 된다.

'어디로 가나'가 아닌 '어떻게 걷나'

이 책은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 즐기는 데만 머물지 않고, '어디를 가야 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트레킹에 관한 기술 교본이면서 인문 서적이다. 트레킹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되, 인문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트레킹에 입문하는 사람부터, 트레킹을 리드하는 지도자나 가이드까지 트레킹 애호가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트레킹은 모든 '걷기 여행'을 포함한다. 트레킹을 단지 풍경을 즐기고 동료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위한 행위로만 인식한다면, 트레킹에 담겨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지 못할 것이다. 트레킹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얻는 몸과 마음의 활력은 험난하거나 단조로운 일상생활을 지탱하게 해주는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의사와 트레킹 전문가의 만남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이환종씨는 33년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젊은 시절 앓았던 폐결핵 후유증으로 폐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30% 이상 저하됐다. 그런 상태에서 폐기능 회복을 위해 꾸준히 트레킹을 해왔다. 처음에는 남들보다 몇 배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처럼 걸을 수 있을뿐더러 해외 고산 트레킹에도 도전하고 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물론, 68세에 안나푸르나 서킷 등을 완주했다. 자연에서의 걷기를 통해 정상인과 같은 몸을 갖게 된 것이다.

또다른 공동 저자인 조태봉씨는 한국 최초의 트레킹 여행사를 23년간 운영해 오면서 국내외 트레킹 코스를 섭렵해 온 트레킹 전문가다.

모두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트레킹의 역사와 트레킹의 기술, 트레킹을 하면서 얻게 되는 심신의 변화, 그리고 트레킹 실습 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책을 덮으면 두 발로 걷는 행위가 얼마나 위대한 동작인지, 우리 몸이 얼마나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세상은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가히 트레킹에 관한 인문학적 접근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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