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바람과 파도는 늘 전진하는 자에게 유리하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 학생이 시험시간에 제출한 답안지에 적어놓은 글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 한 이야기를 적으시오'였는데 사실은 '해봤어?'라는 간단한 답을 기대했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양은 '기업가정신'이었기에 '도전정신'을 다시 한번 각인해주고 싶어서였다.
그러고 보니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야기하셨다는 시련에 관한 이야기가 최근 가슴 속에 무겁게 다가오는 시절이다. 우리의 자동차산업이나 반도체, 조선 및 철강, 스마트폰에서 냉장고, TV까지 전방위로 펼쳐지는 미국의 공세에 매일 매일을 시달리는 시련 속에 있다. 관세인상과 불확실성의 증대가 수출감소로 나타나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가까운 미래가 불안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GDP)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예측으론 1.0%, 한국은행은 0.8%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내려앉은 국가 중 으뜸이 됐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40년 0% 성장까지 예견해 앞으로 긴 미래에 대한 시련도 걱정된다.
정치적으로는 최근 우리나라에 계엄도 있었고 탄핵도 있었고 그래서 대통령선거도 치렀다. 짧은 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변화가 무쌍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뿐 아니라 대학입시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국가보건시스템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상호 신뢰를 잃은 정부와 의료인이 대립하는 의대정원 문제는 크고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며 사회 구성원 간에 시련을 강요한다. 이외에도 우리에게는 인구나 양극화 문제,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주거불안 문제,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 등 산더미 같은 시련 덩어리가 주변에 산재한다. 이러한 넓고 깊고 다양한 문제와 시련 속에서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하다. 이 작은 나라에 미국이 관세의 대상으로 문제 삼는 모든 첨단산업이 있고 경제성장이 저조해도 뒤로 한 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해 동시다발적인 시련에도 어디에선가는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특징이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늘 이러한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한 저력이 있었다. IMF 외환위기로 경제의 체질을 개선했고 국제 금융위기에선 여타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회복했으며 최근 일어난 모든 상황도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서서히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현재 전방위적인 내외부의 공세로 분명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은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내실을 다질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관세공격으로 우리 산업의 체질에 대해 반성하며 핵심 기술자립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숙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사회적 갈등은 그동안 외면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의료와 사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인구나 양극화 문제, 일자리나 가계부채 등의 문제도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문제를 정확히 알면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기에 예고된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시련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만들고 더 강인한 정신력과 유연한 사고를 요구한다. 우리의 당장은 힘들다. 그러나 이 시련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분명 한 단계 더 성장한 대한민국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답이다. '바람과 파도는 늘 전진하는 자에게 유리하다'고 한 니체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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