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 스파이도 흉악범처럼 ‘신상 공개’ 검토
3년간 매년 100건 이상 발생
경찰, 국가적 피해에 엄정 대응
경찰이 반도체 등 우리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외국으로 유출하는 ‘산업 스파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 범죄자도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피고인 신상 공개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다수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범죄를 막기 위해 기소 전 단계부터 수사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올해 연구 사업으로 ‘산업 스파이(산업 기술 유출) 범죄 대응 방안 연구’를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안정책연구소 소속 연구관 6명이 투입되는 이 연구는 기술 유출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 도입 방안이 중점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건은 개인을 넘어 국가 법익을 침해하는 중범죄인 만큼 엄정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산업 기술 유출 범죄는 최근 3년간 매년 100건 이상 발생했다.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으로 2022년 104건, 2023년 150건, 2024년 123건을 적발했다. ‘산업 간첩’ 행위로 볼 수 있는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2022년 12건, 2023년 22건, 2024년에는 2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삼성전자가 4조3000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18나노급·2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올해 1분기에도 기술 유출 사건 27건을 수사해 약 60여 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중국 등 해외로 기술을 유출한 사건은 4건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영업 비밀 유출 범죄는 우리 기업의 첨단 기술 경쟁력을 팔아먹는 것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부진, 실업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막대한 범죄”라고 했다. 경찰은 기술 유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 신분을 속여 기업에 잠입하거나, 소셜미디어 등을 감시하는 ‘위장 수사’ 가이드라인을 올해 10월까지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신분 위장 수사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기술 유출 범죄에 경찰의 위장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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