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사 없어지기 D-DAY' 윤석열 대통령실 공무원 브이로그 논란

김태현 기자 2025. 6. 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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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전직 공무원의 브이로그, 보안·겸업 위반 논란 확산
3.1절 집회 참가부터 와인샵 아르바이트까지...국가공무원법 위반 지적
대통령실 경내 촬영에 직원 얼굴 노출...보안 위험 요소 지적

[우먼센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의 유튜브 브이로그가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직원이 재직 중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와인샵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모습을 담아 공무원 겸업 금지 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3.1절 집회 참가 영상과 '회사 없어지기 D-DAY' 발언 등이 도마에 오르며 윤석열 정부 말기 대통령실 기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의 유튜브 브이로그가 뒤늦게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전직 공무원이 운영했던 유튜브 C 채널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업무를 맡았던 A 씨는 재직 중 개인 유튜브 채널에 일상 브이로그를 꾸준히 업로드했다. 논란의 시작은 A 씨가 3.1절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브이로그에 공개한 것이었다. 

A 씨는 해당 영상에서 "제가 대학교 거의 막바지에 이 채널을 시작했는데, 사진학과를 나온 걸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요즘 따라 다시 사진이 너무 좋아져서 시간이 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 참가에 대해서 A 씨는 "집회에 갔다고 해서 정치적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오랜만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며 "어떤 사람들이 집회를 나가는지도 궁금했고 그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A 씨를 언론인으로 오해하며 "너 지금 기자잖아", "MBC 맨날 거짓말하잖아" 등의 발언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논란을 가중시켰다.

댓글에는 '공무원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공무원은 정치적 활동과 집단행동이 제한된다. 해당 법령은 공무원의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반대 권유를 차단하고, 본연의 공무를 벗어난 집단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내 촬영은 금지 사항이다. 대통령실 경내 사진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었다. 사진=전직 공무원이 운영했던 유튜브 C 채널 캡처

다만 서초동 B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으로 인해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과 집단행동에 대한 자유가 어느 정도 제약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탄핵 집회 참여 만으로 문제가 되기 어렵고, 처벌 등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굳이 공개한 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A 씨가 재직 중 와인샵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까지 브이로그에 담았다는 점이다. 영상에서 A 씨는 "화,목, 일요일에 가게를 대신 봐주기로 했으니 놀러 오세요"라며 와인 판매 업무를 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공개했다.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로, 공무원이 허가 없이 다른 직무에 종사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관여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A 씨의 브이로그에 대통령실 정문을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 다른 직원들의 얼굴이 노출된 점이다. 특히 대통령실이라는 국가 최고 기밀기관의 특성상 근무 직원의 신원 노출은 심각한 보안 위험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영상은 대통령실 경내에서 촬영했다. 대통령실은 군사시설이며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촬영 허가가 없는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A 씨가 올린 영상에 "'서랍을 비우라고 해서' 청소를 열심히 할 계획이다"라는 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전직 공무원이 운영했던 유튜브 C 채널 캡처

윤석열 대통령실 전직 관계자는 "경내에서는 사진 촬영도 함부로 못하게 했다. 경호처에서 제지하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선까지의 기간을 "회사 없어지기 D-day"로 표현했다. 계엄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까지 엄중한 시국이 이어졌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대통령실을 '회사'로 표현하며 개인 브이로그에 활용하는 등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회사 없어지기 D-18' 영상은 더욱 논란이 예상된다. A 씨는 브이로그에서 "회사 없어지기 D-18이다. 서랍을 비우래서 청소를 열심히 할 계획이고 청소를 다 하니까 퇴근 시간이 돼서 퇴근을 했다"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대통령실이 무덤 같다'며 '볼펜 한 자루도 없다'고 언급한 상황과 맞물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또 다른 윤석열 대통령실 전직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말기 대통령실의 기강이 많이 해이해져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튜브 활동은 순수한 개인 취미였고,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과도했다고 보인다"라며 "대통령이 없어서인지 비서실장이나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했어야 할 일이 전혀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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