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 없어 결재도 못해…텅 빈 용산 집무실 첫 출근한 대통령의 한 마디는

오수현 기자(oh.soohyun@mk.co.kr) 2025. 6. 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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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자택서 출퇴근할 듯
이재명 21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직원들이 봉황기를 게양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용산 대통령실 주인이 바뀌면서 4일 대통령실 청사는 하루 종일 분주하게 돌아갔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사전에 넘겨받은 핵심 인사 100여 명에 대한 신원 조회를 실시하고 대통령실 임시 출입증을 발급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김현지 전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 등 핵심 인사들이 이날 대통령실 출입증을 수령했다. 이들은 대통령실에 상주하거나 수시로 찾아 정권 교체 이후 산적한 국정 현안을 풀어내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비서실과 안보실 정원은 총 490명인데, 이 중 시설 관리·수송관 등 특수고용직군을 빼면 400여 명이 근무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국회 등 정치권 출신의 전 정권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모두 지난 3일부로 대통령실을 떠났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넘어온 100여 명의 선발 인력이 아직 남아 있는 일부 부처 파견 ‘늘공(늘 공무원)’들과 협업하며 정부 과제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시절 윤재순 총무비서관도 남아 새 정부에 인수인계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 발표에 앞서 전 정부의 인수인계가 전혀 없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는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를 제공해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또한 “결재할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손으로 써서 지장을 찍어야 할지, 지장을 찍으려니 인주도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고민”이라며 “직업 공무원을 전원 복귀시킨 것 같은데, 곧바로 원대 복귀를 명령해서 전원 제자리로 복귀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농담을 곁들인 발언이었지만, 앞선 대통령실 직원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이날 오전에는 두 달여 만에 봉황기가 다시 올라갔다. 이 봉황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줄곧 대통령실 본관 건물 앞 태극기 오른쪽에 걸려 있다가 지난 4월 초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내려간 상태였다. 윤석열 정부 때 대통령실 본관 정면에 걸려 있던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도 철거됐다.

대통령 경호처는 새 대통령을 맞아 경호 업무를 한층 강화했다. 경호처는 전날 이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즉시 경호대를 파견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 업무가 경찰에서 경호처로 인계되면서 방탄차와 호위 차량이 제공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선거운동 기간에 청와대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당분간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 원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에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청와대 개·보수에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 내외가 거주하던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사용하지 않고 당분간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출퇴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천에서 계속 출퇴근하는 것도 쉽지 않아 결국 한남동 관저를 임시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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