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억강부약 대동 세상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꼭 만들겠습니다. (…)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공평하게 기회를 함께 누리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大同) 세상을 우리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당선이 확실시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새벽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말이다. 억강부약은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중국 정사 ‘삼국지 위지’ 왕수전에 나온다. 정치란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이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상벌을 명확히 하면 백성이 칭송한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억강부약을 목민관들이 힘써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란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권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대동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흔히 요순시대를 대동 세계라고 칭한다. 조선 선조 때 기축옥사의 시발이 된 정여립이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을 꿈꿨다. 대동계를 조직해 평등한 세상을 실현하려고 했다. 공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인구가 적음을 근심하지 말고 균등하지 않음을 근심하라. 균등해지면 가난이 없어진다. 화합하면 인구가 줄지 않는다. 안정되면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다.”(‘논어’ 계씨편) 통치자라면 백성의 많고 적음에 관심을 갖기보다 백성이 골고루 잘 사는 데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개혁 군주 정조가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을 구현하려 애썼다. 물은 백성이요, 달은 곧 군주라고 했다. 천 개의 강이든, 만 개의 강이든 달빛을 고루 비추는 게 군주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 자호를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고 지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 후 청소 노동자와 방호 직원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때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최전선에서 막아내며 혼란스럽던 민의의 전당을 깨끗이 청소했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좋은 말도 행동으로 이어질 때 믿을 수 있다. 억강의 대상은 교활하고 부약의 대상은 무지할 수 있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펼칠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이 조만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나타난다.
최현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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