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실권을 [이지은의 신간: 시민 없는 민주주의]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국민에게 실질적 권력 없어
민주주의가 거쳐온 역사 살펴
시민이 주인되는 시스템 갖춰야
![시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사진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4/thescoop1/20250604183509416qftv.jpg)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의 헌법은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지난해 벌어진 12·3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문을 품기 충분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또다시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국가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거리에서 호소하는 나라. 정병설 서울대 교수는 이를 두고 '시민에게 실질적 권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꼬집는다.
정 교수는 "촛불집회를 참여민주주의의 표상으로, 선진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진정 민주주의 국가라면 권력자들이 거리에서 국민에게 호소해야 하는데, 국민이 늘 거리로 나와 권력자들에게 호소한다는 건 국민이 실질적 주권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정병설 교수의 저서 「시민 없는 민주주의」는 지금 한국 사회의 권력과 시민을 논한다. 팬데믹 기간 동학사상에 주목하게 됐다는 저자는 이후 독일 베를린에서 안식년을 보내며 '시민 중심 민주주의'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고대 아테네부터 독일 베를린까지, 조선 시대부터 현재 대한민국까지 시민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시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저자의 여정은 고대 아테네로, 그리고 한국 사회로까지 이어진다. 특정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시민이 돌아가면서 임무를 맡았던 고대 아테네, 그런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인간관을 계승한 베를린, 사법 엘리트가 최종 권한을 쥔 한국의 실상을 연결해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를 구상한다.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과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은 사법시민주권이 부재한 체제"라며, 시민에게 재판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재판할 권리도 있음을 논하고 시민의 뜻을 반영한 시민헌법의 제정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부터 공화정, 대의민주주의 등 시대에 따른 변화상을 살피고 우리 시대에 맞는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3부에서는 사회적 차별이 극심했던 전근대 한국에도 김유신·김만중 등 자유의지를 보인 인물이 존재했고, 동학사상이나 만민공동회 같은 민주주의를 향한 도약 또한 이뤄졌음을 언급하며, 자유의지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4부에서는 시민이 실권을 쥔 참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 대한민국의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사법시민주권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개선할 구체적 방안과 추첨제, 시민의회, 연방제 등의 적용을 제안한다.
저자는 법 전공자나 정치인이 아닌 국문학자로서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바탕으로 시민주권이라는 비전을 내놓는다. "이 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전면적 재설계를 고민한다. 설계 방향을 한마디 슬로건으로 정리하면, '시민에게 실권을!'이다." 이제 시민이 민주주의의 주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합당한 권리를 갖도록 정치·경제·법 등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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