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압도적인데 K-애니는 왜 안되지…‘게임 체인저’ 쏟아진다
IP : 지식재산권
- 유아용 치부됐던 韓 애니메이션
- 인프라 발전·대형 제작사 참여로
- 성인용 장편 쏟아내며 지형 변화
- 넷플릭스 공개 ‘이 별에 필요한’
- 관객 50만 명 동원한 ‘퇴마록’
- 북미 초흥행작 ‘킹 오브 킹스’
- 백희나 원작 ‘알사탕’ 등 주목
K-웹툰, K-웹소설 등 뛰어난 지식재산권(IP)들은 많은데, 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을까. 재료는 충분하나, 이를 완성도 높게 구현할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유아용이라는 편견 역시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을 불모지로 남겨 두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척박한 K-애니메이션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 서울,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채 레트로 음향기기를 수리하는 제이(홍경)가 만나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로맨스 영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한지원 감독의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하고 제작까지 참여한 첫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D.P.’ ‘발레리나’ 등 굵직한 실사 영화를 만들어 온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대형 제작사가 애니메이션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건, 한국의 영화산업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힌트다. 김태리 홍경 등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면서, 성인 관객을 위한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이 별에 필요한’ 뿐만 아니다. 지난 2월 개봉한 ‘퇴마록’ 역시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성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퇴마록’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악에 맞서는 대서사시를 담은 오컬트 장르다. 이우혁 작가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인터넷에서 연재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12개국에 판매하는 쾌거도 이뤘다. 속편 제작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발견’된 ‘킹 오브 킹스’의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CG/VFX 전문 기업 모팩스튜디오의 대표인 장성호 감독이 30년 이상 쌓은 노하우로 각본과 연출을 맡아 총 10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애니메이션으로 북미 시장에서 약 825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기생충’의 북미 수익을 17일 만에 넘어선 기록으로, 국내 단독 제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에 해당한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은 ‘킹 오브 킹스’는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벤 킹즐리, 피어스 브로스넌, 포레스트 휘태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에 대거 참여했다. 국내에는 올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일본 제작진이 만든 작품도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알사탕’이다. ‘구름빵’ ‘나는 개다’ 등 화제작을 만든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으로 만든 작품으로,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 온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았다. 한국의 스토리와 일본의 기술력이 만나 콘텐츠 협업을 이룬 사례로 남게 됐다.
봉준호 감독도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었다. 가제는 ‘더 밸리(The Valley)’로, 심해 생물을 소재로 한 봉 감독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2027년 월드와이드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족의 탄생’ ‘만추’를 만든 김태용 감독도 애니메이션 ‘꼭두’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11살 소년 제이콥이 할머니와의 마지막을 추억하기 위해 꼭두 인형을 찾던 중, 우연히 ‘꼭두’들의 세계로 들어가며 펼쳐지는 감동 판타지 드라마다. 김태용 감독이 2017년에 연출해 호평받았던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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