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대중 지지 받는 유럽 우파 포퓰리즘, 폴란드 대선도 접수

박영서 2025. 6. 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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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 나브로츠키가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과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친트럼프 성향의 극우 민족주의자 나브로츠키는 결선투표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EPA 연합뉴스

폴란드 대선에서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가 승리했습니다. 그의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스타일의 포퓰리즘이 유럽 대륙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이는 세계 정치 지형에 또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다니엘 헤게뒤스 국장은 "유럽뿐만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트렌드가 있다"면서 전반적인 선거들이 포퓰리즘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문제 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유럽 프로그램 책임자 아르미다 판 레이 역시 유럽의 유권자들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규칙에 기반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아니면 마가 스타일의 민족주의 성향 지도자들이라는 극명히 구별되는 선택지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치러진 폴란드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역사학자 출신의 민족주의 우파 후보 나브로츠키가 친유럽 자유주의 성향의 집권당 후보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를 간발의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지요. 나브로츠키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축소, 유럽 난민협정 탈퇴, 트럼프 행정부와 안보 협력 등 반유럽·친미 정책을 내걸었습니다. 지난달엔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를 선거전에 대대적으로 활용하는 등 자신이 '친트럼프' 정치인임을 강조해왔지요.

나브로츠키의 승리에 미국과 유럽 포퓰리즘 진영에서는 축하 인사가 쏟아졌습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환상적인 승리를 축하한다.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적었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정치인 마린 르펜은 나브로츠키의 승리가 "좋은 소식이다. 유럽연합의 과두제 정치에 대한 거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폴란드 국민은 더 강력한 군대와 국경을 지지해왔다"며 "나브로츠키 당선인 및 폴란드 정부와 공동의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대선에서 강경 우파 성향의 후보가 승리한 것은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진영이 약진한 지 1년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유럽의회 선거 후에도 유럽에서 강한 우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들은 대체로 선전해 왔습니다.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지난해 9월 2차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29%의 득표율로 승리했습니다. 독일에선 2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고, 포르투갈에서는 지난달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 셰가(Chega)가 중도좌파 사회당을 누르고 제1 야당으로 올라섰습니다.

루마니아와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선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유럽 전역에서는 포퓰리즘의 세가 확연하게 강해지고 있지요.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가 양분해 온 전통적인 정치 지형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후를 기점으로 유럽 극우 진영이 더 득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채텀하우스의 판 레이는 "트럼프 당선 후 유럽 극우파는 정말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이 트럼프 효과를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람들을 오히려 진보진영으로 이끌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자국·자민족 중심주의, 반(反)이민, 언론·표현의 자유와 인권의 상대적 경시 등 지향하는 바가 겉으로는 엇비슷해 보여도 유럽 극우 진영은 트럼프 정부의 과도한 미국 우선주의에 가로막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벨기에 브뤼겔연구소의 프란체스코 니콜리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장벽과 유럽 동맹국들의 안보를 경시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이런 조치 중 일부는 유럽의 이익에 명백히 부합하지 않기에 (유럽 극우 진영이) 트럼프 행정부와 완전히 일치하는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것들이 유럽 극우 정권들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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