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명화산책] 절제의 미학 몬드리안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재즈 음악으로 활력 넘친 뉴욕을 선과 면으로 표현 '차가운 추상의 거장'으로 신조형주의 열어 직선과 원색으로 단순함과 빼기의 미학 정수 담아 20세기 미술과 건축, 패션 등 예술계 전반에 큰 영향
점, 선, 면만을 이용한 '차가운 추상'의 거장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은 '신조형주의(Neo-Plasticism·네오 플라스티시즘)의 창시자로 불린다. 단순함과 절제의 미학을 담은 그의 기하학적인 추상은 20세기 미술과 건축, 패션 등 예술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듣는다.신조형주의는 자연의 재현적 요소를 제거하고 보편적 리얼리티를 구현하고자 했다.
몬드리안은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 "아름다운 감정은 대상의 외형에서 방해받는다. 그래서 대상은 추상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50대 이후 몬드리안의 그림엔 회화의 본질적 요소인 색·선·면만 남았다. 그는 이런 회화의 기본적 요소만으로 질서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얀 여백에 원색으로 채워진 사각형들의 그림이 완성됐다. 몬드리안은 미술이 우주의 영적인 질서를 나타낼 수 있다며 자신의 작품이 '우주의 진리와 근원'을 표현한다고 여겼다. 그에겐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70대의 말년에 그린 '브로드웨이 부기우기'(Broadway Boogie Woogie)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 유럽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몬드리안은 마천루와 네온사인, 재즈 음악으로 활력에 넘친 격자형의 도시 뉴욕에 단번에 사로잡힌다. 그는 그곳에서 마지막 생의 불꽃을 태우며 이 작품을 남겼다. 1870년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음악에서 기원한 '부기우기'는 경쾌하고 빠른 리듬으로 재즈 공연에서 춤곡으로 많이 활용됐다. 비록 몸치지만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해 재즈 클럽에 자주 다닌 몬드리안은 뉴욕과 부기우기 음악을 그림에 동시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다.
그림의 격자형 선들은 뮤지컬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거리를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수직과 수평선이 만나는 곳은 뉴욕의 번화한 교차로를 닮았다. 그림은 부기우기의 강렬한 리듬과 경쾌한 음악, 뉴욕의 역동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하얀 캔버스 위에 빨강 노랑 파랑의 작은 사각형들과 직선이 반듯하게 배열돼 마치 레고 블록을 연상케 하는 이 그림은 단순함과 빼기의 미학을 보여준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다.
몬드리안은 평생 깔끔한 양복 차림에 금욕적 삶을 살았다.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댄스광이기도 했다. 1872년 지평선의 나라 네덜란드 중부 소도시 아메르스포르트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교사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때부터 미술과 음악을 가까이 하면서 성장했다. 교사인 아버지는 예술 활동을 격려했고 화가인 삼촌은 그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시골의 전원 풍경을 그리던 그는 암스테르담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기엔 빈센트 반 고흐 등 인상주의 양식의 풍경화를 그리다가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같은 야수주의와 입체주의를 접하면서 화풍이 달라졌다.
1911년 파리로 이사, 입체파 그림을 접한 그는 구상화에서 벗어나 추상을 시도한다. 선과 형태를 단순화하고, 사용하는 물감의 색도 줄였다. 사과나무, 모래언덕, 시골 농가 등을 반복해서 그림으로써 영원한 보편적 진리를 그림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작업이 진전될수록 사물은 점점 더 단순화돼 마침내 가로선과 세로선으로 구획되기 시작했다. 1911년 발표한 '회색나무'와 1912년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는 회화적 언어와 서술적 기능을 버리고 '시각적 운율'이라는 시적 형태로 변형된 최초의 작품으로 꼽힌다. 나무의 형태는 입체파처럼 희미하다. 색도 녹색 황토색 회색 보라색만 사용했다.
1910년대 입체파와 20여년간 살았던 파리의 규격화된 건물, 당시 많은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던 테오소피(신지학)는 그를 추상화의 길로 인도했다. 눈에 보이는 세계 대신 숨겨진 절대 진리를 예술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같은 네덜란드 화가인 테오 반 두스부르흐와 함께 색깔과 선, 면으로 이뤄진 새로운 미술을 주장하면서 신조형주의로 명명했다. 신조형주의는 △곡선이나 사선 없이 수직선과 수평선만 있을 것 △오로지 파랑, 빨강, 노랑으로 구성된 삼원색, 그리고 하양 검정 회색만 쓸 것 △대칭적이지 않되 완벽한 균형을 이룰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신성한 지혜'라는 의미를 가진 신지학은 우주 질서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신지학의 창시자 헬레나 블라바츠키처럼 몬드리안의 수평선은 지상의 선, 수직선은 하늘의 선으로 두 직선은 성스로움을 나타낸다. 수평선과 수직선은 자연의 대립·협력하는 힘이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파리에서 네덜란드로 돌아간 몬드리안은 헬레나 블라바츠키, 동료 화가 테오 판 두스브루흐와 함께 1917년 데 스틸(De Stijl·스타일)이라는 미술단체 결성, 형태 명암 원근법 등 전통적 그림의 요소를 과감히 버리고 직선과 직각, 한정된 색채의 사용을 주장한다. 이런 신조형주의 원리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 건축 디자인 패션 광고 실내장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럽 전역에 퍼져나간다.
1919년 전쟁이 끝난 후 다시 파리로 돌아온 몬드리안은 아틀리에도 삼원색과 무채색의 직사각형 보드만으로 꾸며, 지천명의 나이때 자연의 재현을 일체 거부하고 완전한 추상에 도달한다.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1930)은 그 대표작이다, 삼원색 색면과 다섯 개의 검은 직선으로 이뤄진,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신념이 표현된 작품이다. 직선과 삼원색 그리고 무채색만으로도 아름다운 회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몬드리안은 얼마나 많은 직선을 그렸는지 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직선을 쉽게 그렸다.
1944년 세상에 알려진 '빅토리 부기우기'(Victory Boogie Woogie)는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다채로운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의 복잡한 그리드(격자)가 특징이다. 선 안에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을 삽입하고,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을 더 작은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으로 채웠다. 몬드리안은 '빅토르 부기우기'를 그리면서 "이제서야 내가 평생 바라던 구상을 찾았다"고 외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몬드리안은 이 그림을 미완성인채 남겨 두고 1944년 71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예술과 영적 추구에 전적으로 헌신하면서 검소하게 방식을 살았다. 말년은 추상미술의 원리에 대한 탐구와, 세계의 종교와 철학을 통합하려는 영적 운동인 신지학에 대한 몰입으로 특징지워진다.
몬드리안은 20세기 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깊숙한 영향을 미쳤던 화가였다. 패션계에선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이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몬드리안 룩(Mondrian look)이라는 드레스 컬렉션을 만들었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와 대담한 색상의 사용은 광고 및 브랜딩에도 자주 사용됐다. 펩시와 Crate & Barrel을 비롯한 여러 주요 회사의 로고는 몬드리안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질서와 단순성에 대한 그의 강조와 예술과 건축이 통합돼야 그의 믿음은 르 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와 같은 건축가들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의 형태의 축소는 1960년대 미니멀리즘의 출현을 위한 길을 열기도 했다. 미술 평론가 서정욱씨는 "몬드리안은 평생을 본질을 위한 질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화가였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악연` 이종석·위성락, 이재명 실용외교 양날개로 만났다
- 시진핑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양국 관계 고도로 중시" 축전 보내
- "계급의식 쩔어산다" 유시민 저격한 김혜은, 대선 끝나자 갑자기 사과한 이유
- 조국, 옥중서신서 "정권교체, 혁신당 승리이기도 해…작은힘 보태겠다"
- 득표율 10%벽 못 넘었다…이준석, 선거비 보전 불발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
- "선생님, 보험 안 돼도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수술 로봇 수입 1년 새 57% 증가
- 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한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
- 하반기 산업기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철강·자동차 `흐림`
- `6조 돌파`는 막아라… 5대은행, 대출조이기 총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