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라" vs "민주주의 사라져"…대선 패배에 고개 드는 책임론, 국힘 운명은?

윤선영 2025. 6.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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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불법 계엄 옹호한 구태정치 퇴장 명령"
당 지도부, 사퇴 요구에 뚜렷한 입장 없어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의원들이 4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의례 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이 또다시 계파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6·3 조기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내홍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대선은) 국민들께서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너무 낙담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아 달라"며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최선을 다해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힘 내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그동안 12·3 비상계엄과 탄핵 반대 등에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김문수 전 대선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에게 선을 긋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뒤늦게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당헌에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명시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전날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주자 국민의힘에서는 잠재돼 있던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쇄신 요구 목소리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거취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의 총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선 패배를 계기로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훈 의원은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몰락에 책임이 있는 분들도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의원은 "이 난리통에도 잘못을 고백하는 실세가 하나 없다는 건 정말 참담한 일"이라며 "책임이 뒤따르지 않으면 당은 또 한 번의 갈등으로 아수라장이 된다"고 비판했다. 정연욱 의원은 "스스로 낡은 구태 정치와 절연하고 쇄신하는 정풍 운동에 나서야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며 "그 첫걸음은 권 원내대표 등 친윤 지도부의 퇴진"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날 비대위나 의원총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사퇴 요구 등에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5일 본회의를 앞두고 개최할 예정인 의원총회에서 새 지도부 구성 여부와 시기, 방식 등 당 수습 방안을 둘러싸고 계파 간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계엄했던 대통령의 뜻이 당에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 깊은 자성이 필요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어떤 사람을 당대표로 뽑느냐, 누구를 공직 후보자로 뽑느냐 하는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김 위원장 역시 "대중 정당으로 미래를 말하는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진실이 진 것이 아니고 희망이 꺼진 것도 아니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국민 신뢰를 받겠다"고 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자리를 지켜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다양한 의견들을 귀담아듣고 있고 지혜를 모아 결정하도록 하겠다"면서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도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갈 의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을 포함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여러 패인이 있었겠지만 우리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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