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9장] 영광·함평·나주·무안 동학농민군(159회)

정희윤 기자 2025. 6.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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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정상에 오르니 무안현이 내려다 보였다. 김옥규는 이성단을 뒤따르면서도 그녀가 말한 출사표에 대해 생각하였다. 어찌 일개 처녀가 제갈공명을 알고, '출사표'까지 말하는가.

"제갈공명이 읊었다는 출사표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여? 그런 것 아니어도 그냥 싸움터에 나가 싸워서 이기면 되는 것 아니여?"

"아니제. 사나이 대장부가 뜻을 품고 나서면 뭐가 필요하제?"

이성단이 물었다.

"그야 총과 검, 혹은 죽창이제."

"그럼 '장부가'란 뭣이여? 장부가 세상에 처함에 그 뜻이 크도다. 영웅이 때를 만들어 그 기개를 펴노라, 이런 뜻 몰라? 이것도 모르고 출사하면 인생이라고 할 수가 없제.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읽어보고 굴신(屈伸)을 해야제.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당깨."

여자라고 쉽게 보았으나 이성단이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것 같았다. 아는 것이 많고, 일을 꾸미는 것 또한 범위와 층위가 다른 것이다. .

"내 말 잘 들어. 공명의 출사 중엔 이런 대목도 있어. '親賢臣 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친현신 원소인 차선한소이흥륭야), 親小人 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친소인 원현신 차후한소이경퇴야),先帝在時 每與臣論此事 未嘗不歎息痛恨於桓靈也(선제재시 매여신논차사 미상불탄식통한어환령야), 侍中、尙書、長史、參軍, 此悉貞良死節之臣(시중, 상서, 장사, 참군, 차실정량사절지신), 願陛下 親之 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원폐하 친지 신지 즉한실지륭 가계일이대야)'라."

그러면서 직접 설명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하였기에 전한이 흥하게 되었고, 소인을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 하였기에 후한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제께서 살아계실 때 매번 신과 의논할 때면 불현듯 환제와 영제를 두고 통탄했었사옵니다. 시중, 상서, 장사, 참군 모두 죽음으로 충절을 지킬 바른 충신이니 폐하께서 그들을 믿고 가까이 하시면 한실의 융성을 가히 기약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나무위키 '출사표' 일부 인용)

그러면서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사나이가 뜻을 품었으면 대붕의 꿈을 꾸어야제, 아녀자 하나 데리고 깊은 산이나 외딴섬에 들어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생각인가. 그것은 한가한 사람들의 이야기여. 나라는 시방 외세의 침략, 즉 왜나라, 청나라의 공격이 내다보여지는디, 천지분간을 못하고 나라들은 부패로 나자빠질 지경이고, 고걸 고치도록 들고 일어나는 의로운 사람들을 도둑떼로 몰아 쳐부순다고 난리네. 탄의 나주김씨 일문이나 청계면의 배상옥 사람들, 해제의 최기현 최삼현 최이현 형제들의 정신을 높이 사서 합류할 생각을 했고, 마침 당신을 만낭깨 동학농민군에 대오에 들 심산이었는디 이녁은 내 몸뚱이라 더듬으며 쾌락에 젖어 살라고 한단 말이여. 그것이 시방 말이 되는겨?"

이성단은 소심한 김옥규를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주도자는 못되어도 뜻있는 사람들의 밀알이 될라고 항깨 옥규도 그리 알어. 여기서부텀 앞장서."

그녀가 옥녀봉 뒷산을 타고 내리면서 김옥규에게 길을 내주었다. 김옥규가 앞서며 두서없이 생각하였다. 과연 내가 가는 이 길이 옳은 길인가.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god의 '길' 일부)

함평 진영에 당도하자 본대 사람들이 두남녀를 보고 모두 놀랐다. 김옥규가 아침 일찍 사창으로 양곡을 되돌려 주러 가더니 대신 이번에는 과년한 처녀를 하나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이화진이 물었다.

"어느 댁의 규수인고?"

"자진 출병자입니다."

"자진 출병자라니? 처녀가 출병한다고?"

이성단이 대신 나섰다.

"동학은 남녀 구별이 없고, 또 똑같이 평등하다고 항깨 동학군사에 합류하러 찾아왔습니다."

"여자에게 힘든 일을 맡길 수 없네. 정 원한다면 군사들 밥을 짓는 일은 할 수 있소."

"뭐라고요?"

이성단이 고함을 질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