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공급망 재편 불 지피는 美…"K바이오 기회 만들 적기"

김선아 기자 2025. 6. 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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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의 5대 의약품 수출 및 수입국/디자인=김다나


최근 미국 생물보안법 재추진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다양한 제약·바이오 정책에 대한 유불리가 혼재되면서 셈법이 복잡하다. 산업계와 정부가 호흡을 맞추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세입세출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20명은 지난 5월22일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집중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 미국이 오랜 동맹국들과의 무역을 강화함으로써 의약품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내면서 공급망 내 중국의 영향력 축소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저해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무역통계데이터(COMTRADE)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의약품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반면 한국과 유럽, 인도 등 미국의 우방국들을 대상으로 적자를 봤다. 이에 우방국을 대상으로 의약품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다만 미국이 바이오 정책을 대외 무역적자 해소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어 그 목적을 잘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단 분석이 나온다. 최근엔 게리 피터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가까운 시일 내 미국 생물보안법안이 재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 견제는 초당적인 어젠다(의제)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이 법안은 중국 바이오기업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으며,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됐으나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직격탄을 맞으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뿐 아니라, 에스티팜 등 원료의약품(API) 공급 업체들의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에스티팜은 지난해 중국에서 원료를 조달하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API 대체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 생물보안법뿐 아니라 다양한 바이오 관련 법안과 정책이 나오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게리 피터스 미국 상원 의원은 최근 "바이오를 반도체와 같은 방식으로 봐야 한다"며 '칩스법'과 유사한 바이오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및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세액 공제 등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그러한 법안은) 결국 미국 내 자국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에겐 좀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과 관련해 각 기업이 경제성 검토는 꼭 해봐야 하지만, 당장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가리기보단 새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로드맵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은 이제 전략산업이 돼버렸다"며 "전 세계적인 상황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팔로워 형태의 정책이 아니라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바이오가 지금까진 최고의 추적자로서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기 위해선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새 정부에선 기존 제약 산업과 혁신 바이오 기술을 투 트랙으로 다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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