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원고 럭비부, 투혼으로 쓴 21년 만의 우승 드라마 '화제'

김창원 기자 2025. 6. 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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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안고 뛰어든 선수들 집념으로 결승 역전극
2025 송화 전국 춘계 럭비 리그전 정상 우뚝
대구 상원고 럭비부가 경산 송화 럭비구장에서 열린 '2025 송화 전국 춘계 럭비 리그전'에서 양정고를 꺽고 21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자 선수들이 감독과 코치진에게 기쁨의 헹가래를 치고 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전반 8대19. 누구나 패배를 예감했던 순간, 후반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14점을 몰아넣은 대역전극.

대구 상원고 럭비선수단이 지난 4월 16~27일 경산 송화 럭비구장에서 열린 '2025 송화 전국 춘계 럭비 리그전'에서 결승에 오른 양정고를 제치고 21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의 중심에는 말 못 할 고통과 부상을 안고도 출전을 강행한 선수들의 집념과 투혼이 있었다. 상원고는 12개 팀이 참가한 18세 이하부(15인제) 경기 일정을 소화하며 정상을 밟았다.

선수 중 이성훈은 무릎 연골이 완전히 손상된 상태였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수술을 미루고 팀과 함께하길 택했다.

테이핑 없이는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를 말하지 않았다. 경기 전마다 테이핑을 감고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결승전에서도 그는 중원에서 팀의 균형을 지켜내며 큰 역할을 해냈다.

대구 상원고 럭비부 선수들. 왼쪽부터 박지환, 진성호, 정인호, 이성훈, 강준용, 김환성 선수.
박지환은 고등학교 3년 내내 부상과 싸웠다. 두 차례의 십자인대 수술과 턱 골절로 인해 오랫동안 경기에서 멀어졌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그는 감독을 찾아가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뛰고 싶습니다." 후반 29분 투입된 그는 곧바로 역전 트라이를 성공시키고 경기 종료 직전엔 반칙을 유도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정인호는 경기 5일 전 내복사근이 파열돼 거의 걷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뛰겠다"며 지도자에게 간청했고 강한 압박 테이핑을 감고 예선부터 결승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숨조차 막힐 듯한 통증을 견뎌내며 그는 끝까지 코트를 누볐다.

강준용은 충무기 대회 후 허벅지 근육이 13cm 파열됐고 훈련 중 발등이 찢어져 꿰맸다. 실밥조차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는 진통제를 복용하며 모든 경기를 뛰었다. 준결승과 결승에선 조깅조차 힘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승 직후 병원 진단 결과는 허벅지 근육 20cm 이상 완전 파열. 그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그라운드에 남긴 투혼은 누구보다 강렬했다.

김환성은 준결승에서 코에 강한 충격을 받아 피를 쏟고, 결국 코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임시 교체와 복귀를 반복하며 끝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결승전에서도 테이핑을 감은 채 코뼈의 통증을 안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아픈 건 문제가 아니에요. 팀이 먼저니까요." 그의 말은 단호했고, 그의 투지는 묵직했다.

진성호는 준결승 직후 엄지발가락 근처 골절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숨긴 채 훈련에 참여했고, 결승 하루 전 감독을 찾아가 말했다. "이런 기회, 다시 안 올 수 있어요." 그는 전반을 소화한 뒤 교체됐지만 그의 헌신은 결코 작지 않았다. 예선과 8강, 준결승까지 팀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감독과 코치진은 대부분의 부상 선수들에게 출전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들은 투혼의 의지를 부모들에게 전한 뒤 승낙을 얻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이를 뿌리쳤다. 의무진의 만류, 가족의 걱정, 자신의 고통마저도 뒤로 하고 그들은 그라운드로 향했다. 마침내 이들의 투혼은 결승전 역전승을 만들어냈고, 21년 만의 우승컵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전국을 제패한 대구 상원고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 상원고는 지난 3월 제39회 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 준우승에 이어 이번 춘계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엔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시체육회의 지원, 상원고 총동창회의 전지훈련 전액 부담, 운영위원회와 학부모들의 아낌없는 후원이 있었다.

오정민 주장(3학년)은 "지난 대회의 준우승 아쉬움을 딛고 우승하게 되어 기쁘다"며 "다음 대회에서도 다시 한 번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감독은 "선수들의 헌신과 의지가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며 "2002~2004년의 전성기를 재현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겠다"고 전했다.

대구 상원고 선수, 감독 등이 우승기를 흔들며 한 자리에 모였다.
유진권 대구 상원고 교장은 "부상을 안고도 투혼을 발휘한 우리 학생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상원고 럭비부의 투지와 협동심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가 아니었다. 고통을 견디며 스스로를 넘어서려 했던 청춘들의 결실이자, 동료를 위한 책임감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낸 의지의 결정체였다.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어떤 승리보다 뜨거운 이 이야기. 21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상원고 럭비부는 그렇게 새로운 전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