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대 전세사기' 미국 도피 후 송환 부부…법원 보석 청구

강수환 2025. 6. 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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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90여명 대상 보증금 가로챈 혐의…피해자 중 극단 선택 사례도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 누리집에 올라온 추방 당시 사진 [ICE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전세 세입자들의 보증금 6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미국으로 도피했다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는 부부가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장원지 부장판사)은 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남모(49) 씨 부부의 보석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보석은 보증금 납부, 주거지 제한 등 조건을 걸어 구속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남씨는 이날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 점은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 아프다"며 "건물 경매 배당금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변제할 것이고, 기회를 주시면 우리에게 남은 적은 재산과 근로소득으로 최대한 성실하게 갚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구속된 상태라 우리 명의의 부동산들을 처분할 수 없었다"며 "혹시라도 나갈 수 있게 되면 적극적으로 처분해 변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법인회사 명의의 부동산이 다섯채가 있다며, 이를 통해 변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변호인도 "구속 이후로 피해 회복 조치가 추가로 된 건 없었으나 일부 피해자들은 건물 경매로 배당금을 받은 분들이 있고, 수사 과정에서 일부 불기소된 부분이 있었던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피의자 일가족이 머물던 고급 주택에서 이사가는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호인은 또 "피고인의 초등학생 자녀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외출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고인들을 풀어준다고 해서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염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아무리 1인 회사라고 해도 주식회사 소유 재산을 피고인들이 개인 형사 합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범행 중대성 등을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대전에서 11채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뒤 세입자 90여명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6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세입자 중 1명은 보증금 8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2023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 부부는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인 2022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약 2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 인근에서 검거돼 지난해 말 국내로 송환됐다.

미국 도피 생활 초반에 애틀랜타 현지 고급 주택에 살며 아들을 고급 사립학교에 보내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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