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살 길 좀 열어주세요”… 고향마을의 첫 부탁
어르신들 삼삼오오 둘러앉아 취임식 지켜보며 추억·희망 되새겨
李 대통령 부친 오지마을의 대학까지 간 ‘똑똑한 사람’ 으로 회상
유년시절 친구는 “재명이 머리 비상·책 달고 사는 아이였다” 기억




4일 오전 10시 50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제21대 대통령 이재명의 생가터는 조용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산자락 아래 여섯 가구 남짓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은, 그날만큼은 특별한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이날 마을 어르신들은 생가터 위 주택의 평상에 둘러앉아 종이컵 커피를 나누며 TV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취임식을 함께 지켜봤다.
"취임식이 이제 시작된다. 다들 모여봐라~"
한 어르신의 말에 따라,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고요한 시골마을은, 대통령의 출발점을 함께 되새기는 공간이 되었다.
지금 생가터는 땅콩밭이다. 낡은 돌담 아래 덩그러니 선 나무 안내판 하나에만 '제20대 대통령후보 이재명 생가터'라는 표식이 남아 있다. 표지판은 여전히 '후보' 시절에 머물러 있지만, 그 아래 땅콩은 새 시간을 틔우고 있었다.
이재호(72) 이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아버지를 "대학까지 간 똑똑한 분"으로 회상했다.
"이 동네서 농사짓고 마을 이장도 했지요. 남들 돕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똑부러졌던 양반이었소."
아들 이재명에 대해서는 "기억이 어릴 때밖에 없지만, 점잖고 조용한 아이였소. 요란하거나 튀는 구석은 전혀 없었지요"라고 했다.
생가터 앞에서 만난 이동구(68) 씨는 대통령의 유년시절 친구다. 그는 "재명이는 어릴 때 코를 많이 흘렸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진짜로요. 코찔찔이었는데, 머리는 비상했어요. 학교가 멀어서 자주 빠지기도 했는데도 늘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그는 특히 중학교 이후 성남으로 이사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내가 성남에 있는 재명이 집에 자주 놀러 갔어요. 놀러 갈 때마다 책을 보고 있었어요. 시간만 나면 책을 들고 있었고, 책을 진짜 달고 사는 아이였죠."
이 씨는 "책이 친구였던 아이"라는 말로 지금의 대통령을 요약했다.
마을 도로 끝자락에는 축하 분위기가 소박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촌리 입구에서 두 명의 주민이 손수 현수막을 걸고 있었다.
'예안 도촌에서 청와대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바람에 펄럭였다.
"우리가 뭐라도 해야지."
한 주민의 말처럼, 이 한 줄 문장이 마을 사람들의 감정선을 대변했다.
이재호 이장은 대통령 당선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곤 힘주어 말했다.
"재명이 아버지가 옛날에 이 동네서 참 고생 많이 했어요. 가난했고, 힘들었고. 그래서인지 남 도와주는 일엔 항상 열심이었소. 지금 대통령이 됐잖아요. 꼭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소."
그는 말을 이었다.
"이 동네는 도로가 워낙 좁아요. 우리가 농사지은 것 좀 내다 팔려고 해도,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대통령께서 이 지역을 좀 봐주셨으면 해요. 경북 북부, 정말 낙후된 곳이에요. 도로 좀 넓혀주고, 살 길 좀 열어주면 우리 같은 농사꾼들한텐 큰 복이지요."
이장은 이 같은 바람이 "결코 개인적 소망이 아닌, 마을 주민 모두의 간절한 기대"라고 덧붙였다.
취임식이 끝난 뒤, 생가터 앞에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열두 명 남짓한 마을 사람들이 줄을 맞춰 섰고, 일제히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들어올렸다.
배경은 돌담과 땅콩밭, 그 위로 맑은 하늘과 푸른 산이 어우러졌다. 자연보다 더 밝았던 것은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재명이 덕분에, 우리가 사진도 찍고 그러네."
웃음 섞인 말과 함께, 주민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며 다시 한 번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그의 이야기는 성남에서 청와대에서 계속되겠지만, 그 시작점은 여전히 경북 안동 도촌리에 있다.
고요한 땅, 오래된 기억, 살아 있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대통령의 고향에서 오늘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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