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국판 IRA` 공약…배터리업계 숨통 트이나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공약에 배터리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적자 기업은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지만, 실효성 있게 세액공제 제도를 재조정할 경우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투자 여력을 높이고 기술 격차를 좁힐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차전지 공약'으로 국내 생산세액공제 도입과 투자세액공제 이월공제 적용과 기준의 조정을 적극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전고체 배터리의 실증연구와 상용화를 지원하는 등 차세대 배터리의 연구개발(R&D)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전기차 캐즘과 중국을 필두로 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고전 중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했던 정책적 지원 방향과 부합한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IRA처럼 국내 기업들이 시설 투자나 R&D를 할 때 발생하는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즉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직접환급제도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적자 기업은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로, 초기 투자비가 큰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공제금액도 최대 10년까지 이월 가능하지만 법인세 공제 방식인 만큼 즉각적인 재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대통령이 세제 혜택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 개편을 단행할 경우 투자 여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은 중장기 투자 여력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국가전략기술의 R&D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30~40%지만 실제 적용 가능한 R&D 항목이 좁고 행정 부담까지 큰 만큼 향후 세부적인 지원 방식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영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전고체 전지는 기존과는 다른 장비와 제조 기술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국내 3사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상용화 수준을 앞당길 수 있는 레벨의 성능 검증을 위해서는 정부가 공정 기술 개발을 위해 중소업체 중심으로 자금 등을 세부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생산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 자국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IRA 내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다. 이 제도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 1kWh당 35달러, 배터리 모듈 1kWh당 10달러를 세액공제 금액으로 인정하며 기업은 이를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세액공제를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은 충청, 영남, 호남권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충청권은 배터리 제조를, 영남권은 핵심소재와 미래수요 대응을, 호남권은 핵심 광물과 양극재 거점으로 발전시키고 전력과 용수 등 입지 인프라와 인력, 공급망 등의 전략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주 유세에서도 "충청·영남·호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 벨트를 조성하겠다"며 "이를 위해 충청권 메가시티를 강력 지지하고 지원하겠다.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도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고속도로와 연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과 분산형 전력망 구축, 사용후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육성도 주요 공약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공공 부문의 우선 구매 지원과 보급 사용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배터리 산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은 인물은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유일했는데 첨단전략산업으로의 배터리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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