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노동’ 고민 담은 재즈…외국서 먼저 뜬 ‘용리 앤드 더 돌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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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라는 것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이들은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프로그레시브 록과 재즈의 즉흥연주를 접목한 음악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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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라는 것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용리(37·본명 이용현)가 말했다. 그는 미국 버클리음대를 졸업하고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재즈학 석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한국 대중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최근 그가 결성한 밴드 ‘용리 앤드 더 돌탕’의 데뷔 앨범 ‘인비저블 워커’가 국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돌탕’은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줄임말이다.
학위를 마친 뒤 미국 뉴욕에서 연주 활동을 하던 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던 2020년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집 나간 탕자가 돌아온 성경 속 이야기와 비슷하다. “어떻게든 생계는 유지해야 했어요. 어느 날 라운지에서 알바 삼아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제가 배경그림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맞나?’란 회의감이 들면서 ‘투명 노동’이란 주제가 떠올랐죠.”
2021년 데뷔 앨범 ‘터치’와 미니앨범(EP) ‘서피스 오브 타임’을 연달아 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에겐 고등학생 때 처음 음악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연주력을 앞세운 밴드 음악에 대한 갈망이 항상 존재했다. 그러던 중 2023년 울산재즈페스티벌 출연 요청이 왔고, 색다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교류하던 음악인들(조예찬∙이영우∙강환수∙석다연)을 모아 밴드를 결성하게 됐다.

이들은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프로그레시브 록과 재즈의 즉흥연주를 접목한 음악을 추구한다. 밴드 스스로 “‘프로그레시브 록 임프로비제이셔널 뮤직 그룹’으로, 미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드림 시어터를 연상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발매한 ‘인비저블 워커’에는 용리 자신이 겪었던 ‘투명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인트로 ‘S50UND P61ant7’은 ‘사운드 플랜트’라는 영문에 숫자 ‘50617’을 섞어 만든 제목이다. 용리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자의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페이 데이’는 “연주를 한 뒤 연주료가 입금되기 전후의 감정”에서, 4번 트랙 ‘플루리센트 라이트’(형광등)는 “삶에 지쳐 누워서 바라본 형광등에 날아온 날벌레”에서 악상을 떠올렸다.
현재 국외 재즈신에서도 이들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드물기 때문에 국외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울산재즈페스티벌에 참여한 국외 음악인들의 추천으로 앨범 내기도 전에 독일 브레멘에서 열리는 국제 재즈 페어 ‘재즈 어헤드 2024’에 초청받은 것이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팀이었다. 이 쇼케이스로 이름을 알린 덕에 스위스 재즈 레이블 ‘유닛’에서 데뷔 앨범을 내게 됐고, 이달부터 유럽 9개 나라를 돌며 단독 공연을 진행한다. 오는 29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씨제이(CJ)아지트 광흥창에서 앨범 쇼케이스를 열고 국내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용리는 “대중적인 음악을 할 수도 있지만, 재즈 역사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기존 틀을 깨는 ‘이노베이터’(혁신가)들이 있다. 이 시대를 살면서 어떤 시대정신이 담긴 음악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한국에서 통할까?’란 불안감이 있었지만 유럽 재즈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 새롭고 재밌는 음악이니 즐겁게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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