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하지 말란 뜻?"… 美 `50% 철강관세` 발효, 韓철강 직격탄

양호연 2025. 6. 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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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부과 두 달 만에 추가 인상
업계 "사실상 수출 말라는 얘기"
새 정부의 적극적 통상대응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수출의 숨통이 막히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인상된 관세율은 현지시간 4일 0시1분부터 발효된다.

업계는 지난 3월 전면적인 25% 관세 부과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추가 인상이 단행됐고, 닷새라는 짧은 유예 기간 후 즉각 시행된 만큼 대응할 틈조차 없었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철강 수출의 13.06%가 미국으로 향했다. 이는 일본(11.45%), 중국(9.95%)보다 높은 수치로, 한국 철강업계에 미국 시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거점이다. 하지만 이번 고율 관세 조치로 수출 길이 사실상 막힐 것으로 점쳐지며 한국 철강업계는 생존 전략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으며, 관세 인상 충격이 본격화된 5월에는 20.6%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철강 수출 감소율은 2.6%에 그쳐, 미국발 관세 조치가 한국 철강에 미친 영향이 상대적으로 훨씬 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도 겨우 버티던 수준이었는데, 50%는 사실상 수출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도 같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미국 산업 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에선 이를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닌 외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철강 관세 인상 발표는 미국 대표 철강기업 US스틸에서 진행된 연설 중 발표됐으며,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의 인수 승인을 전제로 약 140억달러(한화 약 19조5000억원)를 투자해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철강업계도 이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공동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8조5000억원을 들여 일관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으로,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현지 생산이 가동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 이전까지 업계는 치열한 생존 경쟁과 구조조정 압박 속에 놓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내 철강사는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내수 침체, 미국의 관세 등 '삼중고'에 직면한 만큰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감산과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아예 사업부 자체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며 전방위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등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선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 대응을 촉구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매년 철강사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올해는 정말 위기가 피부로 와닿고 있다"며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나날이 쌓이고 있어 매일매일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한국 철강산업 위기를 고려해 실효성 있는 협상 카드를 들고 나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미국 시장에서 철강 수출이 막히게 되며 중국산 저가 철강의 글로벌 시장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언급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한국 철강산업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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