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정구현, 작곡가‧기타리스트 '게임음악계의 보석'

조성진 기자 2025. 6. 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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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부터 기타 실력 돋보여
게임음악씬에서 ‘니엔’이란 예명으로 유명
‘디제이맥스’, ‘니케’ 그 외 다수 작업
초절정 테크닉 프로그레시브 인스트루멘틀의
‘디제이맥스’ 신곡 곧 선뵐 예정
승민(스트레이키즈)‧민니(아이들)‧세븐틴‧십센치
소녀시대‧인피니트‧존박‧엔플라잉‧손담비 등등
많은 가수의 노래 작곡‧편곡‧프로듀싱
“승민, 섬세함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가수”
“십센치, 자신만의 색깔로 가창력 탁월”
“민니, 소리 콘트롤 탁월”
“정형화되지 않고 작업 가능한게 게임음악 매력”
“업계서 탁월한 해결사 ‘쎈용병’으로 기억되고파”
아내도 일렉트로닉 뮤지션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2003~4년경 'K-록 페스티벌'이란 밴드 경연이 있었다. 이 행사에서 나는 기타리스트 한상원(당시 서울재즈아카데미 교수) 등 몇몇 뮤지션과 함께 심사를 맡았다. 이 경연엔 '십센치'로 유명한 권정열이 '해령'이란 팀으로 출전하는 등 향후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맹활약하는 인재들이 여럿 참가하기도 했다.

리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교밴드 'G.S Junior'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 팀의 기타리스트는 심사 내내 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당시 고2 학생이었음에도 그는 무대를 휘어잡는 퍼포먼스와 탁월한 연주력으로 주변을 압도했다. 함께 심사를 보던 한상원 교수는 흥분한 나머지 나한테 "저 친구 진짜 물건이네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동안 이 학생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후 이 학생은 티오(T.O)를 거쳐 노바소닉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며 멋진 연주와 작곡 솜씨로 존재감을 더했다. 그의 이름이 정구현(39)이다.

기타리스트로 계속 활동했다면 정상의 연주자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숱한 명연을 선보였을 텐데 20여 년 전부터 정구현은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게임음악 분야에선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 왔다. 유명 게임 '디제이맥스(DJ MAX)'에서 들을 수 있는 많은 배경음악과 기타 연주가 정구현의 솜씨다. 또한 '승리의 여신: 니케' 등등 거의 모든 인기 게임의 배경음악엔 그의 감각이 함께 하고 있다. 록 밴드를 할 때 다진 다양한 테크닉과 감성을 게임음악에서도 파워풀하고 감각적인 메틀/록으로 잘 녹여낼 뿐 아니라 부드럽고 섬세한 사운드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이 분야 관계자들에겐 항상 러브콜 0순위로 자리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소녀시대, 인피니트, 스트레이키즈 승민, 아이들 민니, 세븐틴(우지‧도겸‧승관), SF9 찬희, 존박, 십센치, 엔플라잉, 손담비, 라붐, 강기영 등 그 외 여러 스타의 곡을 작업했다. '사랑의 불시착' '갯마을 차차차' 등등 각종 유명 드라마 OST에서 그가 쓴 곡과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번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게임음악 및 대중가요 전반에 이르기까지 작곡가‧프로듀서로 맹활약하고 있는 정구현을 만났다.

작곡‧편곡‧프로듀싱이란 게 특성상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장시간 몰입하는 작업이다. 이러다 보니 정구현 작곡가는 언제부턴가 답답함을 벗어나 여행을 통한 힐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온 것도 이러한 힐링의 일환이다.

서울 모처에 있는 작곡가 정구현의 작업실(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 여전히 그가 기타리스트란 포지션도 견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스튜디오 한쪽에 여러 대의 기타가 비치돼 있었고 그가 관여하는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연주하고 있던 것이다. 기타뿐 아니라 베이스, 피아노까지.

기타리스트가 메인 포지션이던 그가 작곡가로 전향한 계기가 궁금했다.

"팀(티오)이 해체되고 이런저런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밴드 활동을 하기가 너무 싫었어요. 이즈음 세션을 의뢰받아 연주하면서도 자괴감, 음악의 부분이 아닌 음악 전체를 콘트롤 할 수 있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게 작곡가란 영역이었죠."

이미 정구현은 밴드 활동 시절부터 곡 쓰기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던 중 2005년에 게임음악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작곡가의 길로 들어선 것. 그가 처음 작곡한 게임음악이 저 유명한 '디제이맥스'다. 게임음악에 손을 댄 이때부터 '존재감 뿜뿜', 그야말로 그간 쌓아온 역량을 다채롭게 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일반 가요와 OST 작업 땐 본명인 '정구현'을 사용하지만, 게임음악을 작업할 땐 'NieN'이란 예명을 쓰고 있다. 정구현의 '구'란 글자를 숫자 '9'로 변형해 'nine'의 ne를 거꾸로 해 'nien'으로 만들었다.

정구현 작곡가는 '디제이맥스'에서 강력한 헤비메틀 버전은 물론 '야들야들'한 여성 보컬 댄스곡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많은 유저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여타 분야와 달리 게임음악은 정형화된 틀이 없습니다. 그만큼 자유롭게 창작할 여지가 많다는 게 매력이죠. 극강의 메틀 리프는 물론 변칙적인 박자와 격렬한 속주도 가능합니다. 이런 건 드라마 OST에선 생각도 못 할 표현 수법이죠. 따라서 저는 게임음악을 하면서 일종의 쾌감 또는 그 이상을 느낍니다."

"만일 제가 게임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뮤지션으로서 정체돼 있었을 겁니다. 제겐 게임음악이 너무 고마운 분야죠. 게임음악 작업 초기엔 뮤직맨 '루크' 기타를 사용했어요. 또한 쉑터 캘리포니아 커스텀 등 여러 모델로 연주했습니다."

강력한 록‧메틀 연주의 정구현과 국내 정상의 게임음악 프로듀서 코스모그래프(주종현)의 EDM 감성이 만나 탁월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스모그래프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총괄 사운드디렉터이기도 하다. 정구현의 또 다른 스타일의 연주가 돋보이는 디제이맥스 신곡도 곧 나올 예정이다.

작곡가로서의 역량도 기타 실력만큼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존박이 2013년 발표한 앨범 수록곡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앨범엔 이적, 김동률 등 쟁쟁한 작곡가들의 작품이 즐비했다. 그런데 이들의 곡을 제치고 정구현이 작곡한 트랙이 타이틀곡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많은 화제를 모은 현빈‧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에 삽입된 십센치 가창의 '우연인 듯 운명'에도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정구현 작곡가는 다른 용도로 이 곡을 작곡했지만 패스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곡을 마음에 들어 하던 CJ의 담당 A&R이 이 곡을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사랑의 불시착'에 삽입시킨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K-록 페스티벌에 출전했던 '십센치' 권정열은 또 다른 경연 팀의 기타리스트 정구현의 연주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서로 대화해본 적은 없지만 이처럼 이미 음악적으론 십센치와 정구현은 상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느끼고 있던 것. 이후 '사랑의 불시착' OST를 위해 정구현은 십센치의 보컬디렉팅을 맡았다.

"십센치는 '우연인 듯 운명'을 본인의 색깔로 기가 막히게 바꿔 잘 불러 너무 놀랐습니다. 녹음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죠."

스트레이키즈 승민과 두 번이나 tvN 드라마 OST 작업을 하기도 했다. 'Here Always'(갯마을 차차차)와 'Close To You'(월화수목금토 OST)가 그것이다. 정구현 작곡가는 승민(스트레이키즈)과 작업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성으로 예쁘게 부르는 가수가 국내에 몇 명 없는데 이런 점에서 승민의 가창은 남다릅니다. 승민 목소리는 너무 예쁠 뿐 아니라 무척 섬세해요. 바로 이러한 섬세함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가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승민은 바로 이런 걸 너무 잘해줬습니다."

"승민과 2곡을 작업하면서 너무 착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간 가수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특히 승민은 스타의식이라곤 전혀 없는 마치 동네 이웃 동생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리고 음악에 있어선 너무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OST를 녹음하러 올 때 이미 (상당 부분) 많은 준비를 하고 온 걸 알 수 있었죠. 발라드곡을 녹음할 당시 스트레이키즈 콘서트가 예정돼 있던 거로 기억합니다. 승민은 곡을 녹음하는 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쉬지 않고 안무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결코, 잠시라도 쉬는 걸 못 봤습니다. 녹음 중 잠깐 쉬는 타이밍에서조차 승민은 공연준비를 위한 댄스연습을 '빡세게' 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런 것만 봐도 정상의 아이돌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구현은 세븐틴(우지‧도겸‧승관)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편곡을 맡으며 녹음 때 세븐틴 멤버를 보컬디렉팅하기도 했다.

"세븐틴은 슈퍼스타인데도 너무 겸손하고 쿨했어요. 스타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여전히 아름다운지'는 솔로가 아닌 3명이 함께 하는 가창이라 화음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습니다. 세 사람이 마치 보컬그룹 같은 느낌을 연출하는 편곡을 지향했고. 따라서 화음을 따로따로 녹음하다 보니 그만큼 녹음시간도 더 걸리게 됐죠."

민니(아이들)의 '꿈결같아서'도 보컬디렉팅했다. "민니와 작업해보니 진짜 대단하단 걸 느꼈습니다. 특히 발음이 너무 탁월해 저뿐만 아니라 녹음 작업을 하던 엔지니어 및 관계자 모두 놀랐죠. 민니는 소리 콘트롤이 탁월합니다. 민니 만의 독특하고 예쁜 목소리, 배음이 많이 섞인 소리에 특유의 매력이 깃들어 있어요. 민니가 너무 잘하다 보니 저도 욕심이 생겨 '그럼 이것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곤 더 끌어내려고 했고 그때마다 민니는 그 이상으로 잘 따라와 줬습니다."

정구현 작곡가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음악인들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러한 사람들과 작업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인피니트 남우현이 좋은 예다. 정구현은 인피니트 앨범 'TOP SEED'의 수록곡 'No More'와 '고백'을 작곡한 바 있다.

"저와 남우현은 합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둘이 만나면 즉석에서 30분 만에 곡이 하나 나올 정도니까요. 우현은 녹음 때도 일 처리를 시원시원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곡 쓰기를 예로 든다면 '다음엔 이 정도 쓰겠지'라고 짐작하지만, 막상 데모를 받으면 그보다 훨씬 높은 단계로 올라간 걸 알 수 있을 만큼 '무한성장' 캐릭터가 바로 남우현입니다."  

최근까지 정구현 작곡가는 게임음악 45%, OST 45%, 그리고 일반 가요 10% 정도의 비중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동안 작업한 앨범 중 일부가 작업실에 진열돼 있어 사진에 담아봤다.

작곡가로 확고하게 영역을 굳힌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본령인 기타리스트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자신을 미치게 만든 존 페트루치, 스티브 루카서, 스티브 바이를 여전히 좋아할 뿐 아니라 플리니, 팀 헨슨 등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인스트루멘틀 기타를 지향하는 슈퍼 테크닉의 연주자들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플리니의 연주에 많은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플리니는 코드와 멜로디 작곡에 대한 놀라운 스킬과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넥스트 기타 히어로 중 하나다.

"기회가 된다면 매우 '쎈' 메틀이 가미된 OST도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몇 년 후 록에 기초해 다채로운 스타일을 혼합한 인스트루멘틀 앨범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구현 작곡가는 현재 스트랜드버그 등 5대의 기타를 보유하고 있다.

정구현은 1986년 서울에서 외동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중학교에서 음악(어머니)과 국사(아버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다.

아내 아슬(이수정)도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경기대 전자디지털음악) 때 선후배로 만나 2022년 결혼했다. 아내와 OST 작업을 함께 하며 다양한 곡을 발표했다.

"아내 '아슬'은 음악은 물론 가사 쓰기도 탁월합니다. 함께 음악작업을 하면 시너지가 크게 발휘되죠. 아내 때문에 일레트로닉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웃음)"

"저는 어디 속해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소속을 두지 않지만, 음악계에서 특정 분야에 꼭 필요할 때 나타나 해결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향후 그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쎈 용병'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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