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박은경 연천어울림봉사회장 "다문화 가정, 연천서 잘 적응할 때 행복해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오늘도 내일도 봉사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박은경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연천어울림봉사회장에게 봉사는 숨쉬듯 당연한 일상이 됐다.
박 회장은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8년여간 돌보며 봉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가족들과 틈틈이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가족봉사단, 국제라이온 협회 등을 거쳐 지금의 봉사회에 몸담게 됐다.
연천어울림봉사회는 국제결혼이 급증하던 시기, 언어가 달라 고통받던 다문화 가족의 안정된 국내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9월 만들어진 봉사단체다. 김치 담그기, 불고기 만들기, 한국어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마련해 다문화 가족이 한국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연천군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반찬 무료 나눔이나 초등생 대상 아침 시간 토스트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 회장은 "다문화 가정 중 친정부모가 보고 싶어도 항공료가 비싸 조국에 가보지도, 부모님을 초청하지도 못하는 가정을 볼 때 마음이 아팠다"며 "'1년에 한 가정이라도 부모님 초청 항공비를 지원하자', '우리가 나서서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보자'고 시작한 봉사회가 올해로 15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 교실을 졸업하는 다문화 친구들 행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며 "글자 받침은 틀리고 글씨도 삐뚤빼뚤 하지만 꾹꾹 눌러 쓴 글자로 '정말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와서 잘 적응해 주고 견뎌 주는 모습에 고맙고 보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며 서운했던 순간의 기억도 꺼내 놓았다. 연천군에 수해가 나 지역 내 한 돈사로 봉사활동을 나갔던 때 일이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새끼돼지들이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고, 가슴까지 차는 물에 몸을 던졌다. 돈사에 그득했던 오물과 섞여 더럽기 이를 데 없는 물이었지만, 한 마리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일을 마치고 느낀 뿌듯함도 잠시, 허기를 채우러 식당에 갔는데 몸에 밴 냄새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했다.
박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식당 안으론 못 들어가고 길바닥에 앉아 공깃밥 한 그릇에 김치 몇 가닥 얻어 끼니를 때웠다"며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다 이해한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였다.
그는 "한 해 한 해 하다보니 봉사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며 "빠른 시일 내 이뤄졌으면 하는 꿈이 있다. 사람들이 왕래하기 좋은 곳에 아무때나 찾아와 식사할 수 있는 무료 밥집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석중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