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매트리스, 실종 알람…뒤엉킨 도시 ‘종로’의 진짜 얼굴은 [요즘 전시]
익숙하면서도 낯선 종로 거리 주제
구동희·김보경 등 다섯 작가의 시선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종로 일대를 찬찬히 걸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왜 그 길 위에 자꾸만 시선을 붙들어매는 장면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건지. 빛바랜 간판 아래 놓인 낡은 의자, 허물어진 담벼락 틈새로 무성하게 고개를 내민 잡풀,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들…. 익숙한 거리인데도 마음 한구석은 늘 어딘가를 헤매는 느낌이 든다.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는 이런 종로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기획전 ‘링잉 사가(Ringing Saga)’를 4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아트센터가 해마다 진행하는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로컬(LOCAL)’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전시는 종로에 쌓인 시간과 기억을 엮어낸 다섯 작가 구동희(51), 김보경(37), 안진선(29), 이유성(36), 홍이현숙(67) 등의 시선으로 채워진다.
전시명인 링잉 사가는 무언가 울려 퍼지는 ‘생동의 상태’(Ringing)와 ‘장대한 이야기’(Saga)를 겹쳐 붙인 이름이다. 도심 한복판이면서도 어딘가 낯설고, 변두리 같은 기운을 품은 종로라는 장소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저마다 현실을 비껴가며 자기만의 시공간을 펼쳐 보인다.

안진선은 노쇠한 도시의 생애 주기에 따라 부서지고 지어지기를 반복하는 건축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미처 흔적을 감추지 못한 채 남겨진 알루미늄 파이프와 PE 비닐, 쓸모를 다해 내쫓긴 매트리스가 전시장 한복판에서 도시의 기억을 품은 유령처럼 폐허와 생존의 경계에 서 있다.
이유성은 무의식 속에 잠든 종로의 풍경을 겹쳐놓는다. 그는 영화관, 밤의 골목처럼 개인의 기억을 품은 장소들을 기반으로 조각을 만들어내는데, 그 중심에 ‘장미’라는 상징이 있다. 브론즈, 우레탄폼, 비닐봉지, 천 조각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로 만든 조각은 종로 길목에 깃든 둔탁하고 어두운 감정을 품는다. 그러나 낭만의 기호인 장미는 떠도는 감각의 응어리를 뒤틀린 아름다움으로 피워낸다.

벽면에는 2000년대 초 종로1가 옛 피맛길 터에서 출토된 분청사기 조각에서 출발한 김보경의 신작이 채워진다. 디지털 콜라주로 구성된 작품은 마치 사라진 시간의 실마리를 되짚듯 종로라는 공간의 이면을 읽어낸다.
전시장 한편에 자리한 홍이현숙의 두 영상은 광화문 광장과 효자동 사거리, 일상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파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익숙한 인물이 바로 작가다. 영상 속에서 그는 살아 있는 정물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통행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 몸짓이 대변하는 존재는 국가 재난의 피해자이자 목소리를 잃은 소시민이며, 여성과 소수자 등 특정하기 어려운 ‘나’와 ‘우리’ 모두를 아우른다.

구동희는 우리에게 기척 없이 날아드는 실종자 알림 메시지에 주목한다. 그는 수집한 이 메시지에 AI(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실종된 얼굴들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얼굴들은 성별, 나이, 인상착의, 실종 지역 등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됐는데도 정작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모습으로 남는다. 도시의 감각이 어떻게 시스템에 의해 간단히 도식화되고 개인이 어떻게 익명 속으로 사라지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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