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첫 과제는 한미 통상 협상… ‘정상 담판’ 가나 [이재명 정책]

세종=안소영 기자 2025. 6.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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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해결해야 할 과제인 한미 통상 협상
국익 최우선·수출 지역 다변화 내세웠지만
전문가 “구체적 통상 계획·대중 관계 성립 없어“
”신중하되, 원칙 있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미 통상 협상 바통을 이어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협상 과정에서 ‘정상 담판’을 선호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통상 전문가들은 새로 출범한 정부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원칙과 틀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뉴스1

이 대통령은 ‘한미 통상 협상’을 취임 직후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고 있지만,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대통령 후보 1차 TV토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 외교적 노력에 기반한 경제 영토 확장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중론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미국이 7월 9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대로 국가별 상호관세 15%를 추가 부과하면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인 한국으로선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신속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상 간 담판을 통해 최소한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받고 협상을 할 수 있는 추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통상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새정부의 통상 정책 방향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 ▲국익 최우선 ▲첨단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대미 투자 기업 피해 최소화를 제시했다. 주요 20개국(G20), 주요 7개국(G7) 등 다자 무대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무역 협정 체제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고,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출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도 이러한 방향성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와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최석영 광장 고문은 “트럼프 정권의 협상 방식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조속한 타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한미 관계 전반을 재설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 정부와 미국 정부가 기틀을 잡은 통상 협상 틀을 전면 수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협상에 나서겠지만, 기존 협상 틀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균형무역, 비관세 조치, 디지털 무역, 원산지 문제 등 6개 분야의 기존 협상 틀을 유지해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공약집에 담긴 이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 있지 않고, 미·중 경쟁 구도 속 한국의 외교 우선순위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의 대미 통상 협상 전략에는 ‘한미 FTA를 기준으로 삼겠다’ 같은 명확한 원칙이 없다”며 “협상 전 기준이나 규범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용민 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도 “무역·통상 분야는 지금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과제 중 하나인데, 현재 정책은 모호하고 실질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석영 고문은 “이 대통령은 대(對)중국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어느 쪽에 설 것이냐에 대한 압박이 올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통상 정책의 핵심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미·중 관계가 달라지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재정립되는 시기”라며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합리적인 통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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