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건 ‘민생 회복’, 장기적으론 ‘AI 육성’… 경제정책 방향은 [이재명 정책]

세종=안소영 기자 2025. 6. 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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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대응 TF 즉시 가동… “개혁 보다 민생”
부동산 공급 중심… 상법개정안·노란봉투법 재추진
미래 먹거리론 ‘AI’ 꼽아… “100조 투입”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은 ‘경제’ 였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발(發) 통상 압력으로 수출 중심 경제 체제가 위기를 맞았고, 건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이 덮쳐 내수도 불안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생·고령화 영향으로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초격차 기술을 자랑하던 주요 산업도 중국의 기술 굴기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 취임 직후 ‘비상경제 TF’ 가동… 李 ‘속도’ 강조

한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상경제TF에 대해 “실무 단위를 빨리 모아서 현재 난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단기적· 중기적·장기적 해야 할 일을 빨리 뽑아야 한다”며 “개혁보다 더 급한 것이 민생·경제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비상경제대응 TF의 과업은 ‘즉시 실행 가능한 민생 경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내수 회복을 위한 민생 추가경정예산(추경)부터, 한미 통상 협상 대응까지 비상경제대응 TF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 핵심 불안 요인으로 건설업 부진을 꼽았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고, 주택매매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등 주택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은 내수와 직결되는 산업이다. 단일 산업 중 고용 유발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민생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종부세·취득세·재산세 등 세금 규제로 시장을 옥죈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과거 민주당 정부는 강한 부동산 규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폈지만, 이번에는 명확한 규제 기조가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더 큰 변수는 금리 인하 여부”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한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의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으로 ‘주주 충실 의무 상법 개정 재추진’과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그는 특히 “상법 개정은 (취임 후) 2∼3주 안에 할 것”이라며 “좀 더 보완해서 세게 해야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국제노동기구도 인정하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후 1호 정책으로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재추진될 전망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급락하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 쌀 가격을 안정시키는 내용이다. 농가 소득을 보장할 수 있지만, 쌀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이 쌀 가격 하락 방어에 과도하게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픽=손민균

◇ AI 100조 투자… 정부 주도 산업 육성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하는 장기 전략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AI 관련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확대하고, 1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국민펀드 형태로 유치하겠다고 했다. AI와 함께 반도체, 방위산업, 콘텐츠, 바이오 분야도 정부 주도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국을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 고속도로’를 조성하고, 국가 인공지능 혁신 거점을 육성할 계획이다.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고,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도 추진한다.

이러한 AI 육성 계획에 대해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100조원으로 AI 3대 강국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있으나, 세부 전략은 부족해 보인다”며 “AI는 각 분야 1등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면 활용하려는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분야와 보편적 기반 조성 분야를 구분해 투트랙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AI 산업 외에도 ▲제약·바이오 ▲문화콘텐츠 ▲방위산업 ▲제조업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국가 투자를 확대하고 보상 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전문 인력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한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고,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구축해 집약적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진입을 목표로 한다.

방산 분야에선 대통령 주재의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를 정례화하고, 조선 분야 글로벌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수출 기업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노린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초격차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 균형 발전도 도모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업 전략에 대해 정부 개입이 과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민간 기업보다 수익성에 특화돼 있지 않은 만큼,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은 정부보다는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 마련도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허 교수는 “세수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재원 조달 계획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김대중 정부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 여건인 만큼, 정부 지출은 철저히 우선순위를 정해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미래 설계를 위한 중장기 정책 수립도 과제로 거론된다. 예컨대 ▲청년 일자리 문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지역 간 고용 불균형 ▲정년 연장 ▲연금 외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대선 과정에서 국가 운영 방향을 담은 이재명 정부의 중장기 전략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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