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야 할까? [새로 나온 책]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파코 칼보 지음, 하인해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식물과 동물이 다른 체계를 통해 ‘생각’한다고 해서 식물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야 할까?”
우리는 식물을 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본다. 식물은 배경이지 초점이 아니며 대상일 뿐 주체가 아니다. 식물에는 뇌도 뉴런도 시냅스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뇌와 뉴런과 시냅스로 하는 일을 식물도 한다. 환경을 지각하고 정보를 저장하며 자극에 반응한다. 예측하고 행동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다면 주의를 기울여 보라. 건드리면 오므라드는 미모사와 파리지옥의 잎을, 햇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를, 지지대를 찾아 덩굴손을 뻗는 강낭콩을 보라. 저자는 생물학과 철학, 인지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의 의미를 탐구한다. 식물의 ‘행동’으로부터 세계를 체험하는 또 다른 방식을 고찰한다. 이 여정에 함께하려면 준비물이 있다. 척추동물의 뻣뻣함을 벗어날 준비가 된 열린 마음이다.

5층 삼촌
박우 지음, 장선환 그림, 너머학교 펴냄
“거대한 서사도 장엄한 시국도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픽션의 외피를 두른 논픽션이다. 얇고 가볍지만 책 속에 담긴 인생의 무게는 진중하다. 저자는 재한 조선족 사회에서 자본가가 탄생하는 궤적을 연구한 사회학자다. 그런 그의 손에서 섬세한 삶의 언어가 묻어 나왔다. 1990년대 중국 지린성 룽징(용정)에서 중국과 북한 간 무역을 시작한 ‘5층 삼촌’은 이후 러시아와 한국까지 무대를 넓히며 사업가로 성장한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동북아시아 곳곳을 연결하는 5층 삼촌의 일대기를 통해 경계인으로 변화하는 역사를 살아간 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이를 통해 재한 조선족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한다. 학술적 언어라는 엄격한 틀에서 벗어난 저자의 문장은 흥미로운 소설을 읽듯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성장이라는 착각
안호기 지음, 들녘 펴냄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할 때가 됐다.”
저자는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환경에 최소의 비용만 쓰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탈성장’이다. 탈성장의 어원은 프랑스 단어 ‘la décroissance’인데, 강이 재앙처럼 닥친 홍수 이후 정상적인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자본주의가 불러온 거대한 홍수로부터 정상을 되찾는 과정이 탈성장이라고 저자는 썼다. 저자가 생각하는 탈성장은 단순히 성장 속도를 늦추자는 것 이상의 의미다.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탈성장의 진정한 목표다. 성장 신화를 받드는 한국에서 탈성장은 금기어에 가깝다. 그럼에도 생산·유통·소비·폐기가 대량으로 이뤄지는 현 시스템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외침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모르는 낙원
무루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 낙원은 언제나 미래형 문장으로 쓰일 것이다.”
〈시사IN〉 ‘그림의 영토’ 지면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반갑게 기억할 이름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안내하던 무루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후 5년 만에 새 책을 들고 왔다. 이전의 책이 저자의 성장통을 담았다면, 이 책은 그가 바라는 세계를 그려냈다. 낙원이 먼 곳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라고 저자는 적었다. 그림책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자신만의 낙원에 도달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저자에게 낙원이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길을 만드는 일이다. 작은 화분에 갇힌 식물을 보며 어떤 그림책을 떠올리고, 또 다른 그림책을 보며 조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존재와 이야기들을 연결한 순간을 담담하게 써낸 에세이. 마지막 네 페이지에 걸쳐 기록된 그림책 목록을 보면 저자의 마음씀이 느껴진다.

리버럴의 질문
류칭 지음, 조경란 옮김, 솔과학 펴냄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동존이와 화이부동을 해석해야 한다.”
중국 사상계에서 왕후이로 대표되는 신좌파 지식인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의 친자본주의 노선을 비판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수적으로 가장 많은 자유주의 사상가(리버럴리스트)는 덜 알려져 있다. 공산 정부 수립 이후 반동사상으로 규정된 자유주의는 시진핑 체제 이후에도 정치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교수 류칭은 중국의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학자다. 그는 평등·다원주의를 중시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를 지향한다. 책을 번역한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류칭은 내가 만난 중국인 학자 가운데 메타 인지가 되는 몇 안 되는 학자”라고 번역자 서문에 썼다. 류칭의 사상은 결국 ‘중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불러온다.

근대 괴물 사기극
이산화 지음, 최재훈 그림, 갈매나무 펴냄
“인간을 제외하면 이 세상에 그것보다 더 놀라운 동물은 없으니까.”
“머리카락은 희며 곱슬거린다. 수명은 25년. 낮에는 눈이 보이지 않아 숨고, 밤에는 눈이 보이기에 밖으로 나가 약탈한다.” 생물학자 칼 린나이우스의 책 〈자연의 체계〉 제10판에 등장하는 ‘동굴인간’에 대한 묘사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족으로 기록된 이 동물은, 인간과 가장 닮아 더욱 기괴한 ‘괴물’이기도 했다. 당대에만 해도 충분한 연구를 통해 괴물의 존재를 입증했다는 믿음은 굳건했다. 그러나 이 ‘하얀 사람’이 실은 백색증 환자였음이 드러나자, 공포를 부르던 이 괴물은 마치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인간 세상에서 소멸했다. 인간과 괴물은 무엇이 다른지, 둘을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누구인지, 그래서 진짜 괴물을 낳은 존재는 누구인지에 관한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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