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2' 정종연 "쏟아진 악플, 다 내 탓"…정현규 "상금 3억 8천 일부 기부" [인터뷰]
이세돌 허무한 탈락, 윤소희 베팅 포기, 정현규 막말 등 논란 폭주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대명사로 불리는 정종연 PD가 '데블스 플랜:데스룸'의 구조와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며,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했다.
정종연 PD는 tvN '더 지니어스'(2013) 시리즈로 국내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틀을 정립하며 전략 게임 장르를 대중화했다. 이후 '대탈출'(2018) 시리즈를 통해 몰입형 공간 탈출 예능을 구축하며 장르 외연을 넓혔으며, '여고추리반'(2021), '미스터리 수사단'(2024) 등으로 10~20대 중심의 서사형 추리 예능 시장도 개척했다.
정종연 PD는 우승자 정현규와 함께 지난달 27일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PD는 종영 이후 그간의 논란에 대한 생각과 진심을 털어놨다.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 은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들이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시즌2에서는 감옥동·생활동 이원 구조와 감옥 매치, 히든 스테이지 등 신규 룰이 도입되며 서사적 확장을 시도했다. 출연진에는 이세돌, 규현, 윤소희, 저스틴 H. 민, 정현규, 츄 등 각 분야 대표 인물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시즌2를 향한 시청자들의 비판 중 가장 크게 불거진 지점은 바로 전략과 게임 서사의 부재였다. 전편에서 '두뇌 서바이벌'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정교한 심리전과 변수들이 있었다면, 이번 시즌은 중반 이후부터 연합 중심의 굳어진 판세로 긴장감이 뚝 끊겼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생활동과 감옥동의 이원화 시스템이었습니다. 감옥동은 '감옥 매치'라는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서사가 형성됐는데, 생활동은 그에 대응하는 메인 시스템이 부족했죠. 서사 부여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전략 구도도 흐트러졌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처음 기획 당시에는 집단 간 대결 구도를 통해 더 풍부한 이야기와 정치적 전개가 가능할 거라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균형에 실패한 셈입니다." (정종연 PD)
시즌2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 건 게임 내 보상 체계의 불균형이다. 감옥동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감옥 매치의 보상은 지나치게 미미하지만, 생활동에서 이뤄지는 히든 스테이지의 보상은 오히려 과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결승 진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반전 서사를 만들어내기에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뚜렷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역시 밸런싱의 실패죠. 감옥동 플레이어가 결승까지 올라가기 힘든 구조가 돼버렸고, 시청자들이 '역전의 묘미'나 '언더독 서사'를 경험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실제로도 정현규 씨가 생활동 소속이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감옥동 캐릭터들이 사라지고 중심이 약해진 건 사실입니다. 이 점은 시즌3에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종연 PD)

결승전에서는 예상 밖의 장면이 연출됐다. 윤소희가 파이널 베팅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정현규의 우승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이 장면은 공개 직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시청자들은 '우승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서바이벌 예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가 감정적 선택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연출자로서도 놀라운 장면이었어요. 실제로 파이널에서 그런 선택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물론 그 선택에 대해 실망한 시청자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모든 출연자가 무조건적인 승부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승부욕이 약한 참가자가 그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저도 '조금 더 설계가 정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정종연 PD)
시즌2를 둘러싼 논란의 또 다른 중심에는 일부 출연자들의 특정 플레이어에 대한 과도한 협조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윤소희와 규현이 보여준 정현규 중심의 플레이였다. 단순한 연합을 넘어선 이들의 움직임은 '정현규를 위한 판 깔기'로 비쳤고, 결국 게임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저 역시 이 흐름을 보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출연자 간 정서적 유대가 서사에 개입할 때, 이를 편집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매번 고민했거든요. 세 사람(정현규, 윤소희, 규현)은 생활동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실제로 굉장히 끈끈한 유대를 형성했습니다. 물론 그게 게임의 전개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다는 뜻이기도 하죠. 게임이 '사회 축소판'이라면, 실제로도 그런 감정적 결합이 생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종연 PD)

방송 후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중 하나는 정현규가 게임 도중 내뱉은 배려 없는 단어들이었다."산수 할 줄 알아?", "너랑 (플레이)안 할 거야" 등 상대를 향한 막말성 멘트가 고스란히 방송되면서 비판이 일었다.
"편집에는 항상 딜레마가 있어요. 문제의 발언이 게임 내 주요 서사에 영향을 미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당 장면을 빼면 오히려 게임의 흐름이 끊어질 수 있었어요. 물론 상대 출연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고, 그 부분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악마의 편집'이 아닌, 맥락을 고려한 편집이었단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종연 PD)
"몰입해서 게임에 임하다 보니 과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우승에 대한 욕심이 앞섰고, 상대를 기선제압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어요. 방송 후에 그 장면을 보면서 저도 불쾌했어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대화했을 겁니다.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현규)
일부 시청자들은 시즌2의 주요 게임, 특히 메인 매치와 히든 스테이지에서의 규칙 설명이 지나치게 불친절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룰의 구조나 발동 조건, 보상 사용 시점 등에 대한 안내가 방송 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겪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룰은 사전에 모두 공지돼 있었고, 출연자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었어요. 다만 방송 분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일부 상황에서 시청자 입장에서 맥락이 누락돼 보일 수는 있었을 거예요. 예컨대 정현규 씨가 히든 보상을 사용할 타이밍에 대해 딜러에게 묻는 장면도, 녹화 전 인터뷰에서 이미 가능 여부를 확인한 상태였어요. 리얼 타임 상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제작진이 개입한 건 아니에요." (정종연 PD)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출연자는 단연 이세돌 9단이었다. 알파고와의 대결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둑의 전설'이 두뇌 서바이벌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본 방송에서는 중반부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하는 결과를 맞았다.
"이세돌 씨는 확실히 상징적인 플레이어였고, 출연해 주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죠. 하지만 모든 출연자에게 동일한 룰을 적용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철칙이에요. 게임이라는 건 늘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데, 이세돌 씨도 그 룰 안에서 탈락하셨기에, 제작진이 따로 개입하거나 편의를 봐 드릴 순 없었어요." (정종연 PD)
'데블스 플랜2' 종영한 이후, 시즌3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즌2가 구조적인 한계와 논란 속에 마무리된 만큼, 다음 시즌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시즌1과 시즌2는 서로 다른 실험을 했어요. 시즌3을 한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예정이에요. 소셜 브레인 서바이벌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다수 연합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설계를 바꾸거나 역전의 기회가 더 많은 구조를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시즌3이 언제 시작될지는 확답할 수 없어요." (정종연 PD)

시즌2의 최종 우승자는 인플루언서이자 '환승연애2'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정현규였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상대를 향한 거친 언행, 윤소희·규현과의 연합에 대한 논란까지 겹치면서,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그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솔직히 상금을 받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내가 우승했으니까 뿌듯했는데, 방송이 공개되자마자 반응이 너무 뜨겁고 무서웠어요. '사람들이 내 인성을 이렇게 보는구나' 싶어 많이 울었습니다.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사람을 상처 주는 말도 했고,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그게 시청자분들께 불쾌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을 많이 돌아봤고, 반성도 깊게 했습니다." (정현규)
이번 시즌 최종 우승자에게 주어진 상금은 무려 3억 8000만 원. 결승전 직후 정현규는 이 거액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방송 후 이어진 여론은 축하보다 냉담한 시선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상금 역시 단순한 보상이 아닌,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과연 정현규는 이 상금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였을까.
"이 돈이 그냥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끼친 영향에 대한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일정 금액은 기부할 예정이고, 함께 고생한 출연자들과 식사도 하고, 좋은 여행도 함께 가고 싶어요.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려 합니다." (정현규)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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