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수촌리 언덕' 사용설명서

2025. 6. 4. 0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두범 공주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003년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에는 역사적인 일이 발생했다. 의당농공단지 개발에 앞서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통해 웅진천도 이전의 다양한 부장품들이 출토되어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고고학이 최대의 수확을 얻은 것이다. 하나의 고분군에서 백제의 다양한 묘제가 순차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백제는 한성시대 후기에 지방세력으로서 중앙과 가장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던 곳은 수촌리(水村里) 세력. 충남 부여군 사씨 세력 등 한성기에 중앙과 일정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었던 다수의 유력한 재지세력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웅진으로 천도하게 된 배경은 전략적인 거점, 경제적 기반, 지시세력의 존재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결과라고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문주왕이 한 달여 단기간 내에 웅진으로 천도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바로 수촌리세력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이 꽤 존재한다.

웅진 천도 이전부터 웅진지역은 백제 중앙과 긴밀한 정치적 교류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수촌리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수촌리고분군에서는 중앙에서 사여된 위세품인 금동관모를 비롯하여 금동신발, 환두대도, 중국제 자기 등이 다수 출토되었다.

이들 유물을 통해 수촌리 세력이 금강 중류일대를 재지기반으로 웅진지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중앙과는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백제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수촌리 고분군은 여전히 학자들의 연구대상이지만, 일반인들은 고고학적 성과보다는 대롱옥(관옥)에 더 관심이 있다.

횡혈식 석실분 제4호와 5호분에서 분절된 형태로 출토되었고 이를 맞추어 보니 딱 맞아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4호분은 남편, 5호분은 부인의 무덤으로 부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은 생전에 대롱옥을 잘라 가지고 있다가 하나는 먼저 죽은 남편의 무덤에 부장하고 부인이 죽은 무덤에 다른 하나를 부장하는 사랑의 징표일수도 있고, 봉건제적 지방통치를 위한 부절(符節)일 수도 있다.

일반인들에게 수촌리 고분군의 고고학적 의미보다 인문학적 의미가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수촌리에서 '해밝은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박용주 관장은 '수촌리 고분군'을 '수촌리 언덕'으로 명명했다. 파리에 몽마르트 언덕, 빅톨위고의 고향에 브장송 언덕, 대구에 청라언덕이 있다면 공주에는 '수촌리 언덕'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몽마르트(Mont-Martre)도 분명 2세기 순교자 생드니의 무덤이었으나, '몽마르트언덕'으로 명명되면서 오늘날 문화예술의 메카가 됐다. 수촌리 고분군도 고고학이라는 공식을 넘어 인문학적인 또 다른 이름인 '수촌리 언덕'으로 명명할 때 예술과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박제된 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촌리 고분군'에 묻힌 사람들 살았던 시기의 역사적 사실도 궁금하지만, 그보다는 두 개로 잘라진 채 출토된 대롱옥에 얽힌 사연이 더 궁금하다. 그들은 어떤 사이였을까?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아마 사랑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수촌리 언덕'을 사랑을 고백하는 언덕으로 만들면 어떨까? 특히, 석양이 수촌리 언덕을 비칠 때 사랑을 고백하면 반드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대롱옥을 소재로 한 사랑고백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촌리 언덕'에서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면, 사람이 죽어 묻힌 '수촌리 고분군'은 사랑이 시작되는 희망의 언덕 '수촌리 언덕'으로 새로이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송두범 공주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