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巨與)된 민주, 막강 권력 현실화… 국민의힘은 ‘폭풍전야’ [이재명 시대]
보수는 노선 투쟁 격화… 차기 당권 경쟁 돌입
21대 6·3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국은 3년 만에 다시 여대야소(與大野小) 체제로 재편됐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 170석의 기반 위에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연합을 더한 ‘거여(巨與)’를 형성하며,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은 역대급 정치적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수 제1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참패로 책임공방과 계파 갈등이 심화되며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당내 노선투쟁은 ‘탄핵 찬반’이라는 구도로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입법·행정 동시 장악, 사실상 견제 정치 없어
민주당은 이번 대선 승리로 입법과 행정 권력을 모두 손에 넣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섯 번째 여대야소 구도이자,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집권으로 여소야대가 된 지 3년 만이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71석, 범여권 전체로는 190석에 달해 입법 단독 처리도 가능한 수준이다.
과반 의석을 기반으로, 본회의 개의와 법안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직은 물론 상임위 운영 전반에 관한 권한을 가진 상임위원장직 다수(17개 중 11개)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여야 대치 정국과는 다른 상황에서 의회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전임 정부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총 31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중 13건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었다. 이에 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25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폐기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덕수총리(8번)·최상목 경제부총리(9번)가 행사한 거부권을 더하면 42차례에 달한다.
이재명 정부에선 이 같은 탄핵·거부권 남발 없이 막강한 입법권을 바탕으로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제21대 국회 입법활동 분석’ 보고서에서 “여·야당 지위가 법안의 입법성공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여당의 가결률이 약 3%p 높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승리를 국정추진 동력으로 삼아 야당의 비협조에 맞서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는 지난 22대 총선을 거쳐 친명(이재명)계가 주류가 된 만큼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대통령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광범위한 인사권은 국정 장악력을 더욱 강화시킬 예정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한국은행 총재 등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 또 장·차관급 고위직은 물론 공공기관장 등 7000여 개 인사에 직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선 이틀 뒤 6월 임시국회 소집… 입법 독주 돌입하나
민주당은 이미 대선 이틀 뒤인 5일 6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 일정과 처리 법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달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 재판에선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이 가능해진다. 서울고법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오는 18일 열린다.
또 하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형사재판을 임기 중 중단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이 역시 지난달 7일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입법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여당이 이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해소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이들 법안 외에 12·3 비상계엄 진상규명을 위한 ‘내란 특검법’,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특별법, 채상병 사건 관련 특검법 등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퇴임으로 공석인 후임 재판관 임명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서민경제 회복을 강조하며 ‘내수 진작용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기존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에 이어, 30조 원 이상 규모의 2차 추경을 지체없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금 당장 서민 경제가 어려워 곧바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경으로 내수 경기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2차 추경은 지역화폐 확대, 생활지원금 지급 등 소비 진작형 예산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정권 초반부터 국정 주도권을 한 손에 쥔 채 경제, 사법, 정치개혁 등 굵직한 국정 과제를 풀어나갈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대야소 구조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과 입법 권력을 다 갖는 거대야소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한번 경험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은 (독주를) 정치 보복으로 생각하면서 지금의 정치적 대립은 계속 고조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 내년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책임론 공방… 차기 당권 놓고 친윤계 vs 친한계 갈등 본격화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와 함께 계파 간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내 주류였던 친윤계와 ‘탄핵 찬성파’이자 비주류로 분류되는 친한(한동훈)계가 전면 충돌하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
당 정체성을 두고 벌어진 ‘대통령 탄핵 논쟁’은 이미 신경전을 넘어 공개적인 갈등으로 표출됐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밝힌 것 관련, 대표적인 ‘탄핵 반대파’인 윤상현 의원은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 계엄 옹호가 아니라 불법 계엄 저지”라고 맞섰다.
무주공산이 된 당권을 두고 초선·비례 의원 중심의 친한계가 비주류 연합으로 세를 형성하는 반면, 당내 주류는 ‘탄핵 반대파’로 다시 뭉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을 비롯해 대선에서 낙선한 김문수 후보도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전에 홍준표 전 대표 때처럼 친윤계에선 김 후보를 밀 수도 있다. 다만 현재까진 친윤계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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