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파' 김문수, '내란 심판' 프레임 못 넘었다…尹 단절·보수 통합 실패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끝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찌감치 '1강 체제'를 굳힌 이 당선인을 상대로 막판 추격에 나서는 듯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의 결과로 치러진 대선인 만큼 구도상 애초부터 어려운 싸움이었다. 여기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 후보를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등 대선 과정에서 연거푸 승리와 멀어지는 선택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 종료 결과 41.15%를 득표, 49.42%를 득표한 이 당선인과 8.27%포인트(p)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에서 여론조사 비공표기간 김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골든크로스(역전)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후보 대세론이 꺾이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낮은 반면 본투표율이 크게 오르며 일각에선 보수가 결집해 판세를 뒤집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 또한 예상을 빗나갔다. 막판 부각된 이 후보의 가족 리스크나 진보진영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의 설화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출구조사 결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계엄에 대해 분노했는지를 보여준다. 투표율도 높은데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분노 투표'였다는 증거"라며 "결국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대선 경선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선 초반 한 전 총리 대망론이 퍼지면서 후보 간 경쟁력 우위를 가리기보다 단일화에 적합한 후보를 뽑는 과정으로 변질됐단 점에서다.
김 후보는 탄핵 반대파로 극우 이미지가 강하단 약점에도 불구하고 '김덕수(김문수+한덕수)' 마케팅을 벌이며 단일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끝에 당의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약속과 달리 당무우선권을 무기로 한 전 총리와 단일화 협상을 지연시켰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개입한 '후보 교체' 논란 끝에 자리를 지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에 큰 상처가 남았고,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등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가 불발되는 등 원팀 구성마저 무산됐다. 당초 구상했던 '반이재명 빅텐트'는 물론 보수 통합마저 실패한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한덕수를 추대하려는 기획이 국민의힘 경선을 왜곡시켰다"며 "그게 없었다면 오세훈 등 더 경쟁력이 있고 탄핵에서 자유로운 대선 후보를 선출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이후 이준석과의 단일화에도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선고가 지연되며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하거나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등 윤 전 대통령 비호에 나서면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실패했다.

김 후보로 확정된 후에라도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빠르게 이뤄졌어야 했는데, 윤 전 대통령과 김 후보가 서로 공을 떠넘기며 일주일을 낭비했다. 김 후보가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대통령님의 판단에 맡긴다"는 애매한 입장을 이어가면서다. 윤 전 대통령의 강성지지층을 의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뒤늦게 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것에 대해 끝내 사과하지 않는 등 애매한 입장을 유지한 것도 패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국 계엄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가 문제였다"며 "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석열계의 주도권이 그대로 유지됐고 윤 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는 극우 성향의 인물을 후보로 내놓고 선거를 이기려고 했던 게 이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결국 이번 선거는 '내란 심판' 대 '이재명 견제론'의 대결로, 국민의힘이 이기려면 내란 심판 프레임을 완화할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며 "눈에 보이는 뻔한 대책이 많았는데도 윤 전 대통령을 계속 안고 가면서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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