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협치 대통령' 이재명을 기대하며

#1. "2개의 잘못이 하나의 옳음을 만들 순 없다."
큰 키에 부드러운 스윙을 가져 '빅이지'(Big Easy)란 애칭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프로 골퍼 어니 엘스. 그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엘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해 라마포사 대통령이 특별히 초대했다.
이날 정상회담 시작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백인들의 피해 사례들을 거론하며 라마포사 대통령을 압박했다. 흑인들이 백인들을 상대로 '집단학살'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으며 백인 농장주들의 땅을 빼앗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남아공 내 심각한 흑백 갈등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남아공의 악명높은 인종분리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는 1994년 넬슨 만델라의 집권과 함께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그러나 그 잔재와 그에 대한 흑인들의 보복, 백인들의 재보복 등은 여전히 남아공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발언권을 얻은 엘스는 "남아공의 흑백 갈등은 오래된 문제"라며 인종간 보복과 그에 대한 재보복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은 골프보다 말을 더 잘한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무거웠던 분위기는 다소 풀어졌다.
#2. "나는 관대하다."
영화 '300'에서 페르시아 제국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스파르타 전사들에게 한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관용'은 페르시아를 세운 그의 할아버지 키루스 대왕이 가장 중요시한 통치 철학이었다.
키루스 대왕은 기원전 539년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정복한 뒤 바빌론에서 7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을 풀어주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허락했다. 민족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주의 자유를 박탈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키루스 대왕은 더 나아가 유대인들에게 밀린 임금을 내어주고, 귀향의 안전까지 보장해줬다. 당시 키루스 대왕의 명령은 인류 최초의 인권 선언 또는 종교적 자유 선언으로도 불린다. 키루스 대왕이 구약성경 등에 '해방자 고레스'로 기록된 이유다.
키루스 대왕이 이후 220년 간 존속하며 중동 전체를 지배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이처럼 이민족들에게 종교와 문화의 자유를 보장하며 관용을 베푼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불만을 품은 이민족들의 반란이 각지에서 일어나 대제국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터다. 키루스 대왕의 이런 통치철학은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의 교육'이란 책에 잘 정리돼 있다.
![[평택=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1일 오후 경기 평택시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31.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4/moneytoday/20250604050505970jvzt.jpg)
#3.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정치보복의 사슬을 끊겠다고 약속했다. 현존하는 정치인 중 이재명 대통령만큼 무자비한 정치보복을 당한 이가 있을까.
어니 엘스의 말처럼 과거의 잘못에 대해 현재의 보복이란 잘못을 저지른다고 선(善)을 이루진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역사상 가장 혹독한 정치보복의 피해자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스스로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었듯 이재명 대통령도 그런 역할을 해낼지 기대가 크다.
물론 비상계엄 등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들은 엄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야권의 유력 정치인에 대한 표적수사와 같은 악습은 이재명 정부에서부턴 사라지길 바란다.
정치보복이 이어지면 협치는 물 건너가고,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개헌 등 국가적 개혁 과제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된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이 아무리 많아도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어렵다.
키루스 대왕과 같은 포용력은 위대한 대통령의 조건이다. 링컨처럼 정적을 요직에 기용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보복이 아닌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성공한 협치 대통령 이재명'도 한낱 꿈은 아닐 것이다.

이상배 정치부장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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