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각 세웠던 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부산시, 정책기조 바꾸나?
대신, 해수부와 HMM 이전, 해사법원 설립, 동남투자은행 설립 등 해양수도 기반 공약 제시
부산시는 그동안 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놓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대립
오는 5일 박 시장 주재로 열리는 공약 국정과제화 보고회에서 시 정책 우선순위 변화할지 관심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굳히면서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이 보다 현실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이 후보의 부산 공약은 그동안 부산시가 추진하던 핵심 정책과 다소 괴리가 있는데, 부산시가 이 후보의 공약에 맞춰 시정 운영 방향과 정책 우선순위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알맹이가 없다"…이 후보 공약에 한숨 쉰 부산시
먼저, 이 후보의 공약 중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e스포츠산업' 관련 지원은 부산시의 10대 제안 과제에 포함돼 있다.
또, 100대 기업 부산 유치와 부울경 광역교통망 구축, 경부선 철도 지하화, 공공기관 재배치 등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거나 희망하고 있던 사업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후보는 시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부산글로벌허브도시조성특별법 제정과 한국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가덕도신공항 2단계 확장 등은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들 3개 사안은 최근 몇 년간 시가 시정 운영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행정력은 물론 지역사회의 여론을 집중했던 것이어서, 부산시 입장에서는 알맹이가 빠져버린 셈이 됐다.
부산시 핵심 3대 과제에 대한 이 후보 입장은 '불가·유보·우리가 추진'
먼저,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지난 14일 부산 유세에서 "좋은 일이지만, 세상일은 한쪽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표를 얻기 위해 알면서도 안 될 약속을 하는 건 사기"라고 이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경우 이 후보는 지금껏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부산 민주당 안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더라도 법안을 좀 더 보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붙잡고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보다는 해수부 이전 등 눈앞의 과실을 먼저 취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며 "취할 수 있는 것을 얻어 놓고 나머지 과제를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의 사업 불참 선언으로 빨간불이 들어온 가덕도신공항 적기 개항과 관련해 이 후보는 부산시당을 통해 "지금부터는 새 정부의 책임"이라며 "민주당이 시작한 사업이니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신속한 재개를 위한 실무 토론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건설 추진 방안을 정부에 직접 제안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시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부산을 해양수도와 북극항로 전진기지로"…이 후보, 해양 공약 융단폭격
이 후보는 해양수산부 이전과 더불어 해사법원 설치와 HMM 본사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현실성을 놓고 논란이 일자 이 후보 "가능한 일"이라고 공언했다.

해수부와 HMM 등 해양 관련 기관과 기업의 이전, 해사법원 설치 등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고 북극항로 개척의 전진 기지로 성장시킨다는 목적을 띠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 1일 부산역 광장 유세에서 "대통령실에 북극항로 해양전담 비서관을 두고 아예 직접 챙기도록 하겠다"며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불가 선언을 한 산업은행 이전을 대신한 '(가칭)동남투자은행'을 설립해 지역 산업을 뒷받침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그는 "대규모 정책 기금을 운용해 조선, 자동차, 부품소재, 재생에너지 등 주력 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융자하며, 산업 육성과 인프라 조성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은행 설립을 위한 약 3조원 규모의 초기 자본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공동 출자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달라졌다"…대통령이 된 야당 대표…부산시의 판단은?
그동안 추진하던 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한국산업은행 이전을 계속 최우선 정책으로 고수하는 것과 새정부의 부산 공약인 해양수도 건설과 북극항로 개척을 위주로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박형준 시장이 지난해 11월 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벌인 천막 농성과 올해 3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면담 직후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던 것과 같은 공격적인 행보가 지금 상황에서는 실익이 없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야당 대표를 상대로 지역 현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것과 현직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는 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시는 당장, 오는 5일 오전 박형준 시장 주재로 제21대 대통령 부산 공약 국정과제화 보고회를 열고 이 후보가 제안한 공약이 국정과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가 이 자리에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과 한국산업은행 이전을 위한 또 다른 전략과 목표를 제시할 지, 아니면 이 후보의 해양수도 관련 공약을 시정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부산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부산시와 박형준 시장의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부산 발전과 시민들의 일상을 생각하며 보다 유연한 자세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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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중석 기자 js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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